내를 건너서 숲으로, 4월의 산티아고

800km 완주의 의미

by 홍지현

스페인은 소수의 시인과 화가들과 현란한 여행자들의 발견물이라고 한다. 스페인은 온통 빛으로 넘쳐났다. 달은 황홀하고 해는 화사하게 빛났다. 구름과 바람은 흩어지고 다시 모여 우리의 영혼을 씻겼다. 새들의 소리를 듣고 동물들과 눈을 마주치며 사람들의 간격도 줄어들었다. 조용한 응원과 일상적인 사소한 대화는 안정적인 기쁨을 느끼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콤포스텔라 성당의 미사는 그 모든 순례자를 위해 마련되었다. 스페인의 아름다운 빛과 구름, 바람을 같이 느낀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우리도 한때 돈키호테가 되어 길을 걸었다. 이곳은 닿을 수 없는 환상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는 마침내 길 끝에 도착했다. 여기는 성스러운 돈키호테들이 모인 곳이다. 나를 찾기 위해 모험을 즐긴 사람들, 무에 대한 인식을 한 사람들, 대지가 가르쳐준 것을 배운 사람들이다. 우리는 미사를 드리는 동안 더욱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며 타인을 위해 기도하며 눈물을 흘릴 마음이 생겼다. 서로의 발길을 기꺼이 축하하며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완주를 축하하며 벅찬 눈물을 흘렸다. 거대한 교회는 신의 권능을 입증하기 곳이지만 이곳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증거이다.

나는 입고 있던 모든 것을 툴툴 벗어던지고 비로소 나를 만나고 타인을 바라보았다. 나는 본질을 찾으려 했다. 마음속 깊숙이 있는 것을 보고 싶었다.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나는 그동안 창작자가 되었다. 나의 영혼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해방하려고 했다. 그리움, 우울, 서러움, 사랑이 넘실거렸다. 감정에는 항상 악마적인 요소들이 숨어있다. 나는 그 요소들을 인내로 이겨냈다. 나는 매일 길을 걸어 마침내 승화했다. 내 안에 있는 욕망과 결핍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다시 그들을 내 안에 결합했다. 자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 나와 타인은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무지와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충만한 감정을 느끼고 나는 다시 그것을 허물고 새로 떠날 것이다. 무섭게 몰아치는 폭풍우와 같은 나의 마음을 날려 버리게 내버려 둘 것이다. 나는 초현실 같은 삶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 어떤 것이 실제 세상일까? 아니면 둘을 합칠 수 있을까? 나의 영원한 주제는 절대 죽지 않는 일상들이다. 나는 내 삶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나를 찾아야 하고 예술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싶고, 그래야 한다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길을 찾았지만 이 길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다시 길을 멈추고 산티아고에 오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산티아고는 한 번만 오는 길이 아닌가 보다. 나는 산티아고에 오기까지 40일 동안 준비하며 글을 썼고, 길을 걷는 40일 동안 기록을 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책으로 정리하기까지는 그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산티아고는 길을 걷는 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걸어가야 할 예술의 길은 길을 걸은 후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내 배낭의 무게는 5kg으로 변해 있었다. 끝났다고 생각한 길은 다시 시작하는 길이다.


나는 800km를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실패를 각오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머뭇거림, 두려움, 친절, 환희, 결과적으로 이 길을 걸어서 알게 되었다. 완주를 예상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한 그 순간들이 순례길의 본질이다. 나는 이제야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100Kg 바벨을 힘껏 던진다.


매일 전화통화를 하고 풍경 사진을 보내면서 가족과 소통했다. 짧으면 짧다고 생각할 수 있고 길면 길다고 생각할 수 있는 40일을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었지만 함께 했다. 그리운 마음은 자연스레 생긴다.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우리는 40일 동안 각자 혼자였다가 다시 만났다. 혼자이기에 서로를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무척 축복받은 안정이다. 충분히 밥을 할 수 있는 나이이지만 매일의 일상은 버거웠을 것이다. 전화로는 볼 수 없는 표정, 느낄 수 없는 감촉, 소소한 대화가 무척 그리웠다. 당연한 나의 권리인 휴가였지만 함께 노력해 주어서 감사하다. 우리는 서로의 공간이 중요함을 알았고 외롭지 않은 단단한 믿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가져본 혼자만의 시간은 뒤에 가족이 있기에 가능했다. 전생을 망각하고 다시 태어나는 사람처럼 나는 식구들에게 다시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서 떨어져 굶주린 우리들의 몸은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긴 포옹을 했다. 나는 긴 이야기를 가지고 새로운 아내, 엄마, 나로 기쁘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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