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달 Nov 29. 2022

아줌마의 고군분투 잔나비 콘서트 입성 이야기



 잔나비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들의 데뷔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우연히 듣고서이다. 가사가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 순간 자신의 노래가 되지 않나. 나는 "그날이 온대도 우리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말에 눈물이 났다. 엄마가 너무나 서둘러 우리와 이별을 했기에 그대로 나의 마음이었다. 천천히 안녕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 부분이 마음에 와닿아 듣고 또 들었다. 울고 또 울었다. 나의 지옥 같은 그해는 그렇게 이 노래로 버틴 것 같다. 그저 그랬으면 하는 마음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나를 위로한 노래 그 노래가 고마웠다. 그 노래에서 빠져나올 즈음 잔나비의 다른 노래들을 듣고 참 좋은 노래가 많구나 생각하며 자연스레 팬이 되었다.



 나는 중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아이들의 말을 많이 들어준다. 주로 이성친구 사귀는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가 많다. 히든 싱어 잔나비 편을 보고 아이들에게 봤냐고 물었다. 10대들 중에는 잔나비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딱 한 명이 팬이란다. 우리 둘이 통한다며 좋아했다. 콘서트에 가게 된 사실을 알리자 아이들이 엄청 기뻐하고 샘 멋있다며 노래를 불러 주었다. 바로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안 울려고 엄청 노력했다.



 잔나비 카페에 가입한 덕분에 콘서트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티켓팅은 하늘에 별따기였다. 나, 아들 모두 실패하고 아들이 양도한 표를 샀다. 가방을 가지고 가면 불편할 것 같아 그 소중한 VIP 표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달랑 핸드폰, 신용카드, 신분증( 내가 이걸 왜 챙겼나 모르겠다, 촌스러워), 손수건을 외투 주머니에 따로따로 넣었다. 딸에게 좀 부끄럽다고 어려 보여야 한다고 모자를 쓸까 물으니 당당하게 가라고, 잔나비 정도는 괜찮다고 응원해주었다. 그래, 그리고 마스크가 있잖아, 조금 위안이 되었다. 차가 막힌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말에 5시 콘서트이니까 3시에 떠났다. 이것저것 하다가 점심도 먹지 못하고 좌석 버스를 탔다. 잠실역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길래 연결되는 지하철 8호선을 타고 올림픽 공원에 내렸다. 올림픽 공원은 가 봐서 안다. 엄청 넓다. 그래도 걸어서 1시간 안에 못가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 네이버 지도에 이상하게 올림픽홀만 나타나지 않는다. 전에 딸이 여기서 콘서트를 본 기억을 더듬어 여기쯤인데 하며 돌아다녔다. 30분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도 못 찾고 있다. 올림픽홀이 아닌가 표를 바지에서 꺼내 보고 꺼낸 김에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아, 간신히 안내하는 분을 만나 다시 되돌아가 간신히 올림픽홀에 10분 전에 도착했다. 세상에나, 차를 가지고 올 걸, 2시간 전에 떠나서 이게 뭐냐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표가 없다........아무리 외투 주머니, 바지 주머니, 조끼 주머니 모두 모두 탈탈 뒤져도 없다.......그래도 라구역 7열 12번이라는 문자를 아들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 표를 재발급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본인이 직접 예약한 건만 재발급이 된단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스텝을 바꿔주었다. 가족이 예매한 것이 아니라 안된단다. 다시 표를 산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 신호 끝에 받았다. 

"저, 잔나비 표 산 사람인데요, 제가 지금 여기 왔는데 표를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확인 좀 해 주세요." 

스텝이 전화를 받더니 양도받은 표는 본인이 와야 재발급이 된다고 한다.

 "저, 저, 죄송한데 여기 와주실 수 있으세요? 저 잔나비 콘서트 꼭 가야 해요, 제가 표 샀잖아요" 

"저 지금 어디신대요?" 

"잠실이요" 

"저, 저, 저 너무 먼대요" 

아..............

스텝에게 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없다. 갑자기 생각났다. 저 그럼 표를 떨어뜨린 것 같은데 찾아오면 도중에라도 들어갈 수 있나요? 그렇단다. 


 이제 다시 내가 오던 길로 다시 걸었다. 1시간은 넘게 걸은 것 같은데 눈앞이 캄캄하다. 눈물이 났다. 이렇게 눈물을 닦으려고 가지고 온 손수건이 아닌데 눈물, 콧물, 땀을 정신없이 닦으며 바닥만 보고 걸었다. 바닥에는 허연 영수증만 있다. 서러웠다.  아, 내가 여기 오기 위해 화요일부터 마늘 까고 생강 다듬고 쪽파 다듬고 금요일에 김장하고 내일 신랑 생일이라 편지 쓰고 선물 사고 다 하고 왔는데, 내가 여기 오는 거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축하를 받았는데, 아, 나는 그 노래를 꼭 들어야 하는데 아,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매일 실수하고 제대로 표도 못 챙기고 여기저기 흘리고, 아, 그렇게 20분이나 흘렀다. 저기 저기 비둘기 사이로 흰 종이가 보인다. 표다. 표가 맞다. 나는 그걸 냅다 들고 100미터 달리기를 해서 공연 중에 들어갔다. 정말 죄송합니다 말하며 수많은 무릎을 건너뛰어 내 자리를 찾았다. 


 나는 콘서트 중에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잔나비를 보고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까 다 메마른 모양이다. 너무나 행복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조용히 "정글"을 외치라고 하면 조용히 "정글"을 외치고, 앉으라 하면 앉고, 뛰라고 하면 뛰고 그렇게 3시간을 즐기다 앙코르 노래도 다 듣고 왔다. 근데 박수를 치는데 손에서 마늘 냄새가 나서 옆사람에게 진짜 미안했다. 남편이 출장 가서 사 온 향수를 뿌리고 올 걸 후회했다. 살짝 보니 나와 비슷한 나이 같아 이해해 줄 것 같다. 앞으로 콘서트 올 때 챙길 것을 모두 어디에 메모해두어야겠다. 집에 와서 걱정했던 식구들에게 오늘의 스펙터클한 기적 같은 이야기를 하니까 모두 진심으로 기뻐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콘서트 가기가 이렇게 힘든 줄 꿈에도 몰랐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패터슨>을 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