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마주하고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 읽는 일 같기를 원했다. 연구 과제를 대하듯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생을 이해하고 또 이해받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마음을 펼쳐 보일때면 이내 부끄러워져 도망치게 된다. 요즘 같은 때에 마음을 드러낸다는 건 벗은 몸보다 더 우스꽝스럽게 보이고 마는 것이다.
"말하면 결국 아플 거야. 놓으면 다시 외롭겠지."
모두들 비슷비슷한 겉표지와 제목을 하고선 내용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책장 속에 번듯하게 꽂혀 있기 위해서. 생에 단 한 번도 읽히지 않는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