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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Jul 08. 2017

일기



종종 관계에서 균열이 느껴질 때면 모난 말을 골라 던지다시피 뱉어서 관계를 산산조각 내고픈 충동을 느낀다. 다시 붙일 엄두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말이다. 관계를 깰 뾰족한 말을 찾기 쉬우면 쉬울수록 그만큼 덧없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없는 관계를 끝내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관계가 외적인 요소들로 단단히 묶여버린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랜 동무에게 차마 꺼내지 못 수십 개의 모난 말들이 가슴 속에서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그만큼 그와 나 사이에는 너무 많은 균열이 있는데도, 우리는 동무라는 이유로 꽁꽁 묶여 무슨 짓을 해도 또 무슨 말을 해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속에서 맴도는 모난 말들로 마음이 계속 찢기는 듯 하는데도 뱉어낼 수조차 없다. 그에게서 멀찍이 떨어져서 괴로운 일들을 잠시나마 잊고 싶지만, 수많은 균열에서 눈을 돌리는 일조차 할 수 없다. 원치 않는 풍경을 매일 직시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째서 타인의 비밀에 상처받고 거짓말에 짓눌리다시피 해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저 영혼이 이어진 것 마냥 느껴지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한 것뿐이었는데. 일생을 품어온 소원의 응답이 비밀과 거짓말로 넘실대는 하루하루라니. 하지만 결국 나도 다를 것이 없다. 내 속에서 덜그럭대는 이 뾰족한 말들이야말로 내가 들어온 거짓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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