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을때면 갖가지 생각을 흩뿌리게 돼. 어쩌면 그렇게 많은 말들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뿜어져 나오는 걸까. 하지만 현실의 경계로 가까워지면 다시 모든 것이 부질없다 느껴져. 같은 길을 걸으며 예전의 말들이 자라지 않고 끝없이 땅 속으로만 파고드는 것을 발견하고 이내 괴로워져.
자리에 편히 드러누워 침묵하며 언젠가는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믿었지. 그 침묵은 어쩌면 그간 느껴온 감정의 절정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절망 앞에서도 큰 소리로 웃어야 하고 타인의 손가락질 앞에서도 여유를 보여야만 해.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인내도 없이 사는 건 부끄러운 일이겠지.
발바닥이 단단해지면 단단해질수록 수많은 길들이 나의 뒤로 물러가고 마음의 외벽이 단단해질수록 수많은 사람들이 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