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다

by Orchid



sunny juice camera


공든 탑이 무너지는 장면을 며칠째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먼지 하나조차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싶다. 스치기만 해도 불이 붙을 듯이 건조한 짚단이라도 된 양, 목은 아프도록 말라붙고 마음은 버석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스러지고 있다. 처음은 운명이었고 과정은 숙명, 결과는 변명으로 완전한 용두사미의 형태를 보는 듯하다. 대비되는 머리와 꼬리를 보니 이질감이 모래 같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작가의 이전글이상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