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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Apr 03. 2016

변명



더 이상 듣지 않고 읽지 않고 느끼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아. 말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고 어쩌면 할 필요도 없었던 걸지도 몰라. 죄책감의 무게는 여전하지만, 나는 무게에 둔해진 것뿐이겠지. 바꿔 말하자면 나는 이제 늙어버렸어. 모든 것이 익숙하다 여겨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늙음, 더없이 탁한 욕망과 두꺼운 변명 속에 파묻혀 사는 늙음이야. 집처럼 너무도 편안하지만 동시에 숨이 막혀.


그 무엇에도 공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 내가 가진 마지막 조각까지 꺼내 쌓아 올려도 아주 작은 흔들림에 모두 무너지고 말 거란 걸 알고 있었으니. 처음엔 마치 떨어지기 위해 올라가는 것처럼 두려움을 몰랐어. 떨어지는 아픔을 알게 되기 직전까지만 열심이었어. 그 뒤로 쌓아 올려야 했던 변명과 비겁함의 탑은 아주 견고해서 무슨 짓을 해도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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