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젝트 오델로 (상)

by 배경자

나는 늘 우유부단했다. 선택의 순간에서는 늘 갈등과 고민이 반복됐다. 그리고 선택의 끝에는 늘 후회와 미련이 따랐다. 만약 내가 우유부단하지 않았다면, 인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떠올리면, 그것으로 선택은 더욱 힘들어졌다.

나는 늘 내가 뒤로 돌아 걷는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시선은 늘 과거의 나를 향해 있었다. 시선을 뒤에 머물게 한 것은 미련이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마음이 잠시도 과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 와중에도 현재의 선택은 계속해서 나를 지나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한 발 늦은 인생, 그것이 늘 나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적당한 일자리.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 왔다. 지난 20대를 실패한 인생으로 살았다. 아주 약간의 재능, 반짝임은 악마의 유혹과 같았다. 그것을 쫓아 살았지만 결국 이룬 것은 없었다. 매 순간 잘못될 걱정에 가슴만 졸였을 뿐,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차라리 나에게 조금의 재능이라도 없었다면, 그럼 오히려 인생은 더 편했을까? 이제 그 선택에 대한 답을 확인할 차례였다. 나는 그렇게 취업문을 두드렸다.

어느덧 30대가 된 나에게 취업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간신히 시작한 대기업 생활. 그렇게 시작된 대기업 생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보수. 무엇보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살아간다는 느낌이 나를 기쁘게 했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인정받는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가끔 과거에 매달렸던 꿈이 생각나곤 했지만, 그 꿈의 뒷면에는 늘 나를 괴롭히던 후회와 미련이 있었다. 이제 와서 좁은 원룸의 창가에 앉아 말없이 어두운 밤하늘을 보는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때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한 바퀴 돌았다. 여기 있는 모두가 이렇게 산다. 위로가 됐다. 어느덧 7년 차. 모두에게 인정받는 자리에 있다. 올해만 잘하면 과장으로 특진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왔다.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자리가 코 앞에 다가온 것이다. 잘해왔고, 잘할 것이다. 그때 나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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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 좁은 원룸 창가에 고개를 내밀고 맡던 꿉꿉한 비 내음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문득 그 냄새가 무척이나 그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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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던 20대와 안정적이었던 30대를 경험한 나에게는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늘 고민하고 갈등하던 나에게 답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던 과거의 자신에게 작은 불빛 하나를 줄 수 있다면, 별 볼일 없어질 것들에 빠져 정작 중요한 걸 외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조심스럽게 그동안 쌓아둔 생각을 풀어놓기로 했다.

콘셉트는 간단했다. 누군가의 선택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 같은 것이었다. 과거에는 그저 요술과 같은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Big Data와 딥러닝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개인정보와 인터넷의 정보들을 결합한다면, 선택을 앞에 두고 갈등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내가 속한 회사의 스마트폰 사업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뚜렷하게 내어 놓을 결과물 하나 없이 그저 낭비했다고 생각한 나의 20대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면, 단순히 그저 상상에 불과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잔뜩 흥분해 기획서에 자신의 생각을 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과연 이게 앞으로의 직장 생활을 걸 만한 일인가? 예정된 과장으로의 특진을 포기할 만큼의 일인가? 만약 실패한다면 회사에서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 분명했다. 나는 또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우유부단할 수 없었다.

나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또다시 시선은 나의 과거로 향하고 있었다. 과거의 무수한 실패의 경험들이 매 순간 나의 사고의 흐름에 개입했다.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나는 우선 기획안을 작성하기로 했다. 이 기획안이 통과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고민은 그다음에 하기로 했다.

기획안을 제출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생각보다 빨리 회신이 왔다. 생각보다 내용은 간단했다. 기한은 2년. 투자금은 100억. 가능한 한 모든 회사의 기술적 지원. 별도의 사무실과 희망하는 수의 직원. 모자람이 없는 지원이었지만 고민할 시간만큼은 주지 않았다. 생각보다도 훨씬 큰 투자 규모에 놀랄 틈도 없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사내에서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조용히 호출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비밀리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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