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서쪽 끝에 가다
지중해의 서쪽 끝에 위치한 작은 나라 포르투갈은 유난히 모험심 가득한 탐험가들을 많이 배출해낸 나라이다. 스페인과 프랑스라는 강력한 이웃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국토의 크기와 국력을 보아 추측컨데 그들은 아마 살기 위해서 바다로 나갔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바다로 나갔던 포르투갈 사람들은 결국 남미와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 유럽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이 곳 사람들은 포르투갈에 세상의 끝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두바이에서 2020년 새해 첫날을 보낸뒤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이베리아 반도의 화려한 모습은 '축제' 그 자체였다. 밤 10시가 가까워온 야심한 시각임에도 스페인 마드리드 상공에서 바라본 도시는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300kg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도시 포르투에 가면 세상의 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정이 가까운 야심한 시각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리스본 공항을 나선뒤 서둘러 산타 아폴로냐(Santa Apolonia)역으로 향했다. 여자친구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포르투로 향하는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포르투 시내의 첫인상은 푸른빛이었다. 새파란 하늘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포르투갈 전통 타일 아쥴레쥬(Azulejo)는 스페인의 열정적인 빨강색과는 다른 시원한 파랑색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도루강 (Rio de Duoro)을 따라가면 포르투갈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바다에 갈 수 있다고 한다. 포르투의 명물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면 아기자기한 와이너리와 고풍스러운 호텔들이 몰려있는 포르투 외곽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전설적인 탐험가들의 발자취가 묻어있는 도루강을 따라 세상의 끝으로 가보기로 했다.
포르투갈인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바다는 그 명성에 걸맞게 거칠고 사나운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을 시절, 크라켄과 온갖 무시무시한 바다괴물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지중해 끝 사나운 바다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 곳에서 대항해 시대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되었다. 피터 린치의 '마젤란 펀드'로 더 유명한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allanes)은 역사상 처음으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하였고, 항해왕자로 알려진 엔히크(Henrique)는 몸소 함대를 이끌고 서아프리카를 탐사하기도 했다. 경이로움에 우리는 세상의 끝에서 한참을 말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