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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Aug 02. 2022

AI가 예측한 축구 한일전 참사

AI는 눈치가 없다

AI는 눈치가 없다


축구' 동아시안컵' 결승 한일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전반 스코어 0대 0으로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었다. 쉽게 양 팀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보였고, "이거 잘하면 후반에는 한국이 이기겠는데?" 싶었다.


그러나 AI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 보다. AI는 일본의 승리 가능성을 40%, 한국은 20%로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런 AI 승부 예측기를 보며 'AI는 눈치가 없어요'라고 불평하는 캐스터. 그렇게 AI 승부 예측기는 자존심이 걸린 한일전에서 눈치 없는 예측만 늘어놓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일본의 홈경기였고, 슈팅수와 코너킥수에서 일본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긴 했지만, 한국의 유기적인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다. 전반전까지만 해도 확실히 해볼 만한 경기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일본에게 그렇게 쉽게 지는 팀이 아니었다. 양 팀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전반전을 0대 0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작과 동시에 일본 대표팀은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한국은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반 초반 한 골을 내준 한국 대표팀은 영혼이 탈탈 털린 듯 수준 이하의 경기를 펼쳤다. 1:0에서 2:0 또 3:0... 골은 멈출 줄 몰랐다. 일본 선수들은 마치 임진왜란 때 부산에서 한양까지 10일 만에 치고 올라온 왜구들처럼 여유를 가지고 마음껏 한국 선수들을 가지고 놀았다.


우리 '눈치 있는' 인간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기 결과는 정확하게 AI 승부 예측기의 예상대로였던 것이다. 경기 양상이 비교적 팽팽했던 전반부터 눈치 없는 AI는 어떻게 사람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간파하고 정확하게 승부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학습하는 AI



머신러닝(딥러닝)에서 지도 학습이란, 인간이 머신러닝(딥러닝) 알고리즘에 제공한 과거의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여 판단/예측 능력을 향상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데이터가 많고 정확할수록 예측 정확도가 올라가는데, 이를 위해서는 입력하는 모든 데이터에 '라벨링'이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은 고양이이고 저것은 개다."와 같이 인간이 정답을 알고리즘에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알려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예상컨데, AI 승부 예측기는 지도 학습 방식으로 전 세계 여러 축구팀의 수십만 건에 달하는 과거 경기 데이터를 학습하여 한일전의 경기 결과를 예측했을 것이다. AI 승부 예측기는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따라 인간이 쌓아놓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점유율, 공격 횟수, 선수 구성, 홈구장 여부, 양 팀의 과거 전적, 최근의 전적 동향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학습했을 것이다.


학습을 마친 AI 승부 예측기는 방대한 데이터수에 비례하여 똑똑하고 정확해진다. 그리고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AI 승부예측기는 학습할 데이터가 많아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욱 세밀하고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눈치 없는 AI에게 배울 점


전후 맥락과 인간관계에 따라 분위기를 살피고 눈치를 보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귀중한 능력일지 모른다. 그러나 스포츠, 도박, 주식투자, 재고 예측 등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예측이 중요한 분야에 있어서 감이나 눈치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눈치는 각종 편향에 빠져서 현상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주인공 우영우는 가끔 눈치가 없어 보인다. 주위 상황을 살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영우는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재판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탁월함은 눈치 없음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겠다.


AI 승부 예측기가 지금보다 더욱 보편화되고 성능이 꾸준히 발전한다면 경마나 토토 등 스포츠에 배팅하는 각종 도박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눈치 있는 우리가 눈치 없는 AI에게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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