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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Mar 14. 2023

ChatGPT가 쓴 최초의 책이 쓰레기인 이유

정말로 인공지능이 작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라는 다소 무난한 제목의 책이 화제가 되었다. 바로 글쓴이가 다름 아닌 챗GPT였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은 표지제작부터 교정과 교열까지 모두 AI가 진행하였으며, 집필부터 인쇄까지 단 7일 만에 완성되었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평이해서 눈길조차 끌지 못했을 그저 그런 자기 개발서 같은 제목의 책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이 지닌 평범성과 무난함, 즉 좋게 말하자면 자연스러움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인간이 기획하고, 챗GPT가 써낸 최초의 책이다. 반대로 말하면 누구나 챗GPT만 쓸 줄 안다면, 그럴듯한 기획안을 가지고 7일 만에 아주 그럴듯한 자신만의 책을 써낼 수 있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1. ChatGPT시대, 더 이상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ChatGPT가 썼다는 화제의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서 나는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딥러닝과 NLP 분야에서 일하면서 항상 테크(Tech)적인 관점에서만 ChatGPT를 바라봐 왔지만, 이제는 브런치 작가로서 ChatGPT라는 녀석을 마주해야만 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을만한 수려한 문체의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나름 스스로의 지식과 생각을 통해 타인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에 보람과 의미를 느낀다. 이제 어느 정도의 기획력만 있으면 일주일 만에 아주 그럴듯한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와버렸는데, 과연 내가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글쓰기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2. ChatGPT가 쓴 책은 쓰레기였다.


나는 앞으로 글을 계속 써야 할지 말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책장을 펼쳤다. 다행히도 인공지능이 써낸 최초의 책을 덮어버리기 까지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하품이 쏟아져 나왔고, 내가 지금 이걸 왜 읽고 있지 하는 허무함이 강하게 몰려왔다. 인공지능이 세계 최초로 써낸 이 역사적인(?) 책은 수백 년이 지나도 도저히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챗GPT는 책에서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45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의견을 펼친다. 챗GPT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 듯한 일반론적이고 도덕책에 나올듯한 아주 고매하고 지루한 논리로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도움 되는 내용도 있었지만, 그의 주장은 평이하고 무미건조했다. 읽고 나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텍스트의 짜깁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글이 이어졌다. 마치 영혼 없는 '소울리스좌'와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느낌이었다.



3.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읽고 써야 한다


책 읽기란 작가와 독자의 일종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텍스트에는 작가의 삶의 경험 그리고 지식을 넘어선 지혜가 담겨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인생이라는 어둠 속을 더듬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간다.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우리의 가슴에 강한 울림을 준다. 꼭 명작가의 글일 필요도 없다. 파산했다 재기한 사람, 장애를 극복한 사람, 무일푼에서 억만장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까지 그것이 '인간'의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그들에게서 강한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울림은 우리의 의식을 바꾸고, 나아가 행동을 바꾼다. 내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읽기와 쓰기를 통해서만 인간다움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챗GPT는 딥러닝 알고리즘과 방대한 언어 데이터로 사전학습(pre-trained)된 언어모델일 뿐이다. 컴퓨터의 작동 방식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인간의 사고체계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챗GPT는 경험을 통해 배우지 않는다. 주입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말을 그럴듯하게 흉내 낼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경험과 지혜를 나눌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 챗GPT와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챗GPT가 일주일 만에 써낸 글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감도 주지 못한다. 챗GPT는 삶의 경험도, 인생의 모진 풍파도,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기쁨도 모르기 때문이다. 챗GPT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왜 본질적으로 인공지능과 다를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우리가 인간이라면 왜 계속해서 읽고 쓰는 행위를 해야만 하는지 명확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



4. ChatGPT는 콘텐츠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앞으로 챗GPT는 피상적인 비즈니스를 바꾸게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챗GPT가 콜센터와 의사, 변호사를 사라지게 할 수는 있어도 위대한 작가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적어도 독서와 글쓰기 나아가 창작의 영역에 있어서 만큼은 챗GPT는 쓰레기라고 확신한다.


출처 : 유튜브 감성대디


생성형 AI는 콘텐츠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필자 역시 생성형 AI와 챗GPT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 하고싶지는 않다. (생성 AI, 새로운 게임체인져 https://brunch.co.kr/@harryban0917/186그러나 과연 챗GPT가 써낸 유튜브 동영상 스크립트가 진짜로 사람들의 마음과 감성을 자극하고 움직일 수 있을까?


유튜브 영상, 블로그, 웹툰 등 형태는 다를지라도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경험과 작가 본연의 사고방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콘텐츠 소비자 역시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챗GPT가 사람을 대신해서 이러한 일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할까? 어쩌면 챗GPT 열풍은 인생을 살아내고 그것을 담아내어 대화하기 까지 오랜 시간을 견디고 싶지 않아 편하게 빨리 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에 불과한 것을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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