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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May 19. 2023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을 돌아보다

의식하면서 생각한다는 것의 함정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의식'의 유무라고 한다.

'의식적인 사고, 즉 이성'이야말로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의식이 한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한 '관찰자적 시점'이라고도 한다.


출처 : shutterstock


최근 화재가 되고 있는 챗GPT를 비롯한 LLM(초거대 언어모델)에게 과연 '의식'이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다.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언어능력을 가진 컴퓨터를 구별해 내기 위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비롯한 여러 실험과 연구들은 컴퓨터에게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과 추론능력은 있을지언정, 인간과 같은 '의식'은 없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LLM의 작동 메커니즘을 공부해 보면, 그들이 인간의 언어를 그럴듯하게 따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식'은 우리 인간을 인공지능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이성적이고 의식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관념론 철학자들의 생각을 대표한다. 생각하는 주체로서 이성적인 '나'에게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각종 미신과 운명론 그리고 사이비 종교와 사기꾼들이 판치는 아수라장일 뿐이라는 데카르트의 생각에 나는 꽤나 많은 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정말로 생각을 하는 매 순간 '의식'을 하고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인간은 하루에 무려 6만 번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중 무의식적으로 우리 머리에 흘러오고, 또 그대로 흘러가는 생각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꽤 자주 그냥 입에서 말이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지껄이기도 하고, 충동구매와 같이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결정을 하기도 한다. 그냥 멍 때리면서 아무 생각이나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또 얼마나 많은가?


LLM은 사람처럼 말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이고,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LLM은 사람의 뇌의 작동원리에서 착안한 인공진경망(ANN)을 기반으로 하는 딥러닝 기술위에 세워졌다. 인간의 뇌처럼 시냅스(Synapse)와 뉴런(Neuron)의 작동원리를 수학으로 컴퓨터에 구현해 놓았다.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 그리고 천문학적인 학습 데이터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인간과 매우 닮은 구석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결과물을 내보이든, 그들은 사용자에게 놀라움과 즐거움 혹은 분노와 슬픔이라는 감정을 선사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떠한 형태의 상호작용이다.


인공지능이 언어를 이해하고 내뱉을 때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탐구이기 전에 오히려 인간으로 태어난 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공지능 연구는 역설적으로 나 자신의 내면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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