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준비 진도가 좀처럼 나가질 않는다. 앞뒤가 꽉 막힌듯한 기분으로 삼일동안 헛발질만 했다. 프로젝트 중간발표는 이제 하루 남은 상황. 이 분야에서 뛰어난 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절박한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날 산책하면서 떠오른 사소한 생각 하나로 점차 일의 실마리가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그동안의 헛발질들이 퍼즐조각 맞추어지듯 하나하나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발표 하루전날 허겁지겁 완성한 허접한 자료와 코드를 제출한다. 그렇게 무사히 발표를 마치고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얼떨떨 하지만 대성공이다.
나의 이야기다. 어쩌다 한번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 작게나마 성취를 이루었을 때는 항상 이런식이었다. 누구나 한번쯤 마감전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임기응변으로 무언가를 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벼락치기가 그랬고, 중요한 발표준비를 할 때도 그렇다. 살다보면 무엇이든 계획과 진척상황에 맞추어 일사천리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는 잘 없다.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경우는 보통 두가지 케이스중 하나다. 난이도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거나, 아니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있거나.
일의 성과는 일하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세상 모든일의 결과는 들이는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결국 계속해서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질 뿐이다. 그리고 사람이 무언가의 존재를 알고있다거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일의 성취를 결정짓는 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이중슬릿 실험
양자역학은 이중슬릿 실험에서 파동상태로 존재하던 입자를 사람이 보는 것 만으로도 입자 상태로 변화하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해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사람이 그 입자가 지나간 위치를 '인식'하기만 하더라도 그 입자는 파동이 아닌 입자상태로 존재한다고 한다. 사람이 그 입자에 대한 위치정보를 알지 못하면 그 입자는 그냥 파동상태로 존재한다. 이것은 마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로 명령어를 입력해야만 작동하는 컴퓨터의 작동원리와 같다. 컴퓨터는 저장장치에 저장된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명령해주는 것 만으로 스크린에 화려한 화면을 띄워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컴퓨터와 똑같다. 원하는 것이 어디있는지 정보만 알면 된다. 단 명령어를 입력하는 과정은 생략할 수 없다. 이것은 생각이든 확언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이루어져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 우주가 아닐 확률이 10억분의 1이라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우주일 확률이 10억분의 1이 아니다. 그 반대이다. 그말은 우리가 시뮬레이션 우주에 살고있을 확률이 생각보다 매우매우 높다는 것이다. 나는 그가 단순히 관심받고싶은 괴짜가 아니라 뭔가를 알고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