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다른 동물 종들과 구분해주는 유일한 특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인류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독특한 구조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돌고래나 침팬지와 같이 지능이 높은 포유류나 영장류 동물들도 그들 나름의 방식을 사용해 꽤나 복잡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구문(phrase)을 사용해 정교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문자를 사용하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지요. 살고 있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무려 7000여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종 역시 인류 뿐입니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는 인간의 언어는 오로지 인간만이 배우고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침팬지의 지능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영화 혹성탈출에서 처럼 ‘말하는 침팬지가’ 출현하여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협력하여 도심을 점령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언어는 진화의 산물로 생겨난 일종의 본능(언어본능)이기 때문에 오롯이 인간만이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왜 언어는 우리 인간만 배울 수 있는 것일까요? 촘스키는 인간의 뇌에는 태어날 때부터 언어학습에 필요한 보편적인 기능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것을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이라고 불렀는데, 이처럼 인간의 언어에는 이미 선천적으로 정해진 표현들이 존재하며 그것이 끊임없이 변형되어 새로운 문장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규칙을 정리한 체계가 바로 생성문법(generative grammar)입니다.
반면에 인간의 언어로 동물들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이들은 촘스키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촘스키에 반기를 든 많은 사람들이 오직 사람만이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다소 과격한 그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여러 동물들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지요. 어떤이들은 인간이 가르쳐준 수어로 간단한 의사를 표현할줄 아는 침팬지나 능숙하게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를 보며 동물들도 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촘스키는 다시한번 그렇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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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는 영장류로써 높은 지능과 인간과 가장 유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촘스키의 보편문법 이론에 따르면 침팬지의 뇌에는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기 위한 언어기능(faculty of language)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 의한 언어자극(Primary Language Data, PLD) 이 가해져도 사람처럼 언어를 배우고 구사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즉 침팬지가 얼마나 똑똑한지에 관계 없이 원숭이에게는 사람의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관 자체가 없다는 것이지요.
앵무새의 경우는 훨씬 더 명확합니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조류는 사람과 달리 기관구조에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수의근이 존재해 보다 다양한 소리를 내기 쉽다고 합니다. 특히 앵무새는 사람과 유사한 구조의 혀를 가지고 있어 인간의 말소리를 곧잘 흉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앵무새는 주변의 소리를 녹음기처럼 복사하여 재생하는 것일 뿐 사람처럼 언어를 구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말하는 챗GPT와 같은 초거대언어모델(LLM)은 과연 언어를 구사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촘스키는챗GPT의 출현을 두고 인간의 말을 그럴듯하게 흉내내는 “하이테크 표절 시스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챗GPT 역시 인간을 흉내내는 침팬지와 본질적으로 다를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챗GPT의 언어습득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인간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챗GPT를 비난했던 촘스키가 주장했던 인간의 언어습득장치(LAD)는 인공지능 언어모델(language model)이 언어를 배우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언어를 배웁니다. 다음시간에는 인간과 컴퓨터가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지 그 의외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