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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AI 부트캠프 강의를 마치며

날으는 비행기를 고치는 일

by 알바트로스

저는 AI 엔지니어라는 본캐 이외에도 작가와 강사라는 부캐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브런치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 인공지능에 관한 글들을 기고를 하고 있기도 하고, 종이책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며, 얼마 전 처음으로 AI 부트캠프를 맡아 진행하기도 한 강사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저의 분야에서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위치에 있는 실력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전공자로 시작해 단지 운이 좋아 남들보다 빠르게 기술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그 기술들이 시대의 흐름을 타면서 다양한 기회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사실 저의 분야에 대해 글을 쓰거나 누구를 가르치는 등의 아웃풋(Output) 보다는, 아직 직접 손을 움직고 지식을 배워야 하는 인풋(Input)의 과정이 절실한 미완성의 상태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제가 몇 달 전 인생에서 처음으로 AI 부트캠프를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는 무슨 용기에서인지 단순히 '재밌겠다'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수락했고, 회사 업무시간 이외에 짬을 내서 강의 자료를 준비하며 무사히 첫 부트캠프 진행을 마쳤습니다.


첫 부트캠프 강사 경험은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를 수리하는 것과 같은 즉흥적이고 위태로운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부트캠프는 돌발 상황의 연속이었고, 수정과 개선의 반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개발 환경 설정이나 API 키 발급과 같은 기초적인 부분까지 서로 다른 지식수준과 경험을 가진 분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날으는 비행기를 고치는 것과 같았던 첫 부트캠프

여러 번의 방향 수정과 혼선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각자 다양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삶의 목표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인 수강생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분들의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게 필요로 하는 지식과 경험을 제공해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예시 코드를 작성하면서 제가 설명하는 내용들이 너무 어렵지는 않은지, 배경지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체크하며, 수십 번씩 과제 내용을 수정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회사 업무가 끝나고 강의가 있는 날이면 밤늦은 시간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날들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부트캠프 마지막날. 강의 내용을 잘 따라오며 제법 그럴듯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어 오신 분들도 있었고, 강의 내용이 어려웠는지 중도포기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뿌듯함과 안도감 그리고 아쉬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개념들과 프레임워크에 대한 설명을 뒤로한 채 저는 수강생 분들께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어로 솔직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여러분, 이제 해보셔서 아시겠죠? 인공지능 진짜 1도 어렵지 않아요. 저도 부트캠프 출신이거든요. 너무 잘 따라오셨어요. 지금처럼만 하시면 됩니다. 저 같은 사람도 하는데 컴공과 출신인 여러분들에게는 훨씬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겁니다. 진짜 날아다니실 거예요."


그날 집에 돌 오는 길에 저는 이번 부트캠프를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서로 다른 지식수준을 가진 학생들에게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일의 어려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 하는 법, 선수가 아닌 감독의 시선, "You will never walk alone" 등등...


You will never walk alone


얼마 후 도착한 강의 피드백에는 감사하게도 예상외(?)의 호평들이 쓰여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제가 누군가와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일을 즐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닌 진심 어린 공감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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