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코로나의 습격

by 알바트로스

네 달만에 찾은 인천공항은 마치 좀비 떼의 습격이라도 받은 듯 스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짐을 한가득 들고 들뜬 표정으로 줄을 서있을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국제선 터미널 체크인 카운터 사이로 우주복같이 생긴 흰색 방역복으로 온몸을 가린 공항 직원들만이 소독약 분사기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텅 빈 무빙워크를 타고 우리는 곧바로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기분 좋은 시끌벅적함이 가득해야 할 공항에는 이제 어색한 정적만이 가득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모두가 사라져 버린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한 채 소곤대며 걸어갔다.


“다 되셨고요, 출발 30분 전까지는 출발 게이트에 꼭 와주셔야 됩니다.” 항공사 직원의 안내를 받고 나서야 떠난다는 실감이 났다. 우리는 이번에도 무사히 여행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음을 자축하며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인천공항 국제선 터미널 출국장을 찾은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이곳을 많이 찾았다. 그만큼 다양한 여행지와 사람들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지만 오늘만큼은 이곳이 너무 낯설기만 하다.


2018년 어느 겨울 사람들로 가득했던 인천공항의 새벽을 떠올려 본다. 터키로 향하는 길에 담시 인천공항에 들렀을 때 우리는 구석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가져온 담요를 깔고 햄버거로 배고픔을 달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그때는 별로 특별할 것 없었던 공항 노숙도 한없이 설레기만 했었고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최근 1년 사이에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코로나는 여행은 꿈도 꾸지 말라는 듯 사람들을 집안에 가두어 버렸다. 마스크는 사람들의 표정을 감추어 버렸고 서로에게서 느끼는 온기마저 빼앗아가 버렸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썰렁한 기내에는 몇 안 되는 승객들이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그들 대다수는 관광객이 아니라 유럽에 삶의 터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드물지만 한국을 찾았다가 유럽으로 돌아가는 유럽인들도 눈에 띈다. 앞 좌석에는 체크인할 때 만났던 한국어가 매우 유창한 어느 독일인 아저씨가 피곤한 듯 잠을 청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기내방송이 흘러나오고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폐허가 된 듯한 인천공항을 탈출하듯 빠져나왔다. 조금은 긴장되는 그러나 기분 좋은 설렘이 뒤늦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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