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크리스마스

by 알바트로스

살면서 한 번쯤은 흰 눈으로 뒤덮인 북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다. 산타 클로스의 고향이 북유럽 어딘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에는 그 소원을 드디어 성취할 수 있게 되었다.


한산한 12월의 어느 날 우리는 집을 나서서 이끌리듯 어디선가 들려오는 캐럴 소리를 따라갔다. 향긋한 시나몬과 와인향이 어우러진 글루와인 냄새가 풍겨오던 그곳은 시청광장 앞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에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기자기한 목조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기념품과 크리스마스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었다. 사람들이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추웠던 그날의 온기를 더해주었다.


밤이 되면 탈린 크리스마스 마켓의 명물 파란색 꼬마기차가 아이들을 태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온다. 아담한 회전목마 앞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하는 그들만의 시간이 참 좋아 보인다.


20201215_153419.jpg 툼페아 언덕(Toompea)의 교회(St. Mary's Church)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탈린의 여러 교회와 성당에서는 크리스마스 미사와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린다. 사람들은 역사 깊은 그곳에 모여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고 있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는 마케팅의 좋은 먹잇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각종 매체에서는 크리스마스는 꼭 연인과 보내야 한다며 솔로들에게 정체모를 외로움과 조급함을 선물한다. 온통 커플들을 위한 광고와 마케팅 천지인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수면제를 먹고 이틀 내내 잠을 자는 솔로들도 있을 정도라고 하니까.


2020년 탈린에서 우리가 함께한 크리스마스는 참 따뜻했다. 우리에겐 서로가 있었고 교회와 흐뭇한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있었다. 어렸을 적 잠들기 전 손꼽아 기다려도 결코 나타나지 않았던 산타 할아버지가 어디선가 흐뭇한 표정으로 내게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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