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락다운과 새해맞이

탈린에서 맞는 새해

by 알바트로스

탈린은 전염병과 싸워온 역사가 깊은 곳이다. 유럽 대륙 전역을 휩쓴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삼분의 일이 죽어나가던 그 시기에도 이 곳 탈린은 전염병의 온상이었다.

탈린의 명물 고양이 우물(Cat’s well)에는 이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고양이를 불길한 존재로 여겼던 중세시대 탈린 사람들은 고양이를 우물에 빠뜨려 제물로 바치곤 했다. 쥐를 잡아 흑사병의 확산을 막아주던 고양이가 사라지자 흑사병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인간의 무지와 잔혹함이 불러온 결과였다.


코로나 팬더믹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유럽은 큰 피해를 입었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급증하는 감염자 수를 줄여보기 위해 에스토니아 정부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수도 탈린을 락다운(Lock down) 시켜버린 것이다.


레스토랑과 카페는 문을 닫았고 관광지는 단축영업을 했다. 탈린 올드타운 곳곳에서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경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구 140만의 작은 나라에는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한층 더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을 맞이하는 새해 첫날의 새벽만큼은 예외였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술병과 폭죽을 들고 마스크를 벗어던진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 날 탈린의 사람들은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 팬더믹에도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회포를 풀었다. 한 껏 멋을 낸 사람들은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술을 마셔대고 폭죽을 터뜨렸다.


뜻밖의 광경에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람들이 코로나에 굴하지 않고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 속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걱정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우리는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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