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탈린
한 달간의 피난생활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탈린은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락다운은 해제되었고 거리의 레스토랑과 카페는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2월의 탈린은 점점 해가 길어졌고 봄기운마저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올드타운은 처음 탈린에 왔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모습으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는 여전히 시청광장을 당당히 지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둘러싼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마켓과 작은 나무들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 대신 따스한 햇살과 사람들의 온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탈린 사람들의 운동장이자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던 아이스링크는 내년 겨울이 될 때까지 9개월간 기나긴 휴식에 들어간다고 한다.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준 스케이트장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코로나 시대에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았던 에스토니아에서 보냈던 세 달간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잊지 못할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과 특별한 일 없이 한가롭게 지냈던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선물 같았다.
코로나 시대 특수한 상황 속에 나는 탈린에 와서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항상 바쁘게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지금 여기서 누릴 수 있는 다시 올 수 없는 이 시간들을 다른 무엇보다 소중히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 살던 예전의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 현재를 온전히 사는 법을 실천하게 해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우리가 탈린을 떠나기 며칠 전 탈린 광장을 지켜주던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제 역할을 다하고 시청광장을 떠났다. 밑동이 잘려나간 거대한 나무는 이제 어딘가에서 두 번째 삶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살면서 탈린을 다시 찾을 날을 떠나기 전부터 그리워하며 그렇게 정든 탈린에 작별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