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설계하는 첫 걸음
이직을 고민하거나 커리어 전환을 결심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내가 일하는 환경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와 맞지 않는 경우", 또 다른 하나는 "이 일 자체가 나와 맞지 않는 경우"다. 이 이야기는 특히 "일 자체가 나와 맞지 않아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더 깊이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왜 그 일이 맞지 않는 것 같으냐"고 물으면, 의외로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흔히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일이 너무 빡세고 힘들어서."
"일이 재미가 없어서."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려워서."
물론, 이런 답변들 모두 고민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여기서 멈추면 변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커리어 전환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내가 원하는 방향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만 바랄 뿐, 또 다른 막연한 불만족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곤 있지만 왠지 모를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면, 다음 두 가지를 먼저 깊이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1. 나는 이 업무에 어떤 결핍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커리어 전환을 결심하게 된 순간은 항상 내가 맡고 있는 업무에서 결핍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중 하나의 사례로, 광고 프로덕션 회사에서 영상 디자이너로 일했을 때, 나는 "아웃풋"에 대한 결핍을 강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속해 있던 부서는 2D Flame 팀으로, 주로 CG 작업과 그래픽 합성 작업을 담당하는 팀이었다. Flame 팀의 주업무 중 하나는 합성에 필요한 "영상 누끼 따기(Key 작업)"이었는데, 물론 이 작업도 높은 기술력과 디테일을 요구하며 합성 작업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사실상 단순 반복 작업의 연속이었다. 특히, 나는 모션그래픽이나 자막 애니메이션처럼 결과물이 명확히 드러나고,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선호했기 때문에, Key 작업에서는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CG와 합성 작업은 결과물이 눈에 띄지 않을수록 더 완성도 높은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밤새워 작업하더라도, 내 손을 거친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명확한 아웃풋으로 드러나기보다는, 그저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에서 그친다는 점이 나에게는 큰 결핍으로 다가왔다. 결국, Flame 팀의 업무에서 "내가 한 작업이 결과물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렇게 결핍과 마주했을 때, 단순히 이 일이 "단순 반복 작업이라 재미가 없다"거나 "성취감이 없다"는 표면적인 감정에서 멈추지 않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를 더 깊이 톺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업무의 본질이 나와 맞지 않는 건지?
작업 방식이나 환경에서 오는 무료함 때문인지?
이 일이 내 장점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인지? 등등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업무에서 어떤 결핍을 느끼고 있는가?"
이 질문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2. 내가 느끼는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가?
Flame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후, 나는 다른 프로덕션의 Art 팀이나 인하우스 영상 디자이너로 이직하는 것도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영상을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재밌긴 한데, 내가 과연 단순히 '영상 만드는 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깊이 고민한 끝에, 내가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즐기고 좋아했던 것은 "영상에 스토리를 담는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보다는, 그 결과물에 담길 메시지와 기획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더 큰 열정을 느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Flame 팀에서 느꼈던 결핍을 되짚어보면, 나의 작업이 결과물로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었다. 그 아쉬움은 나로 하여금 "결과물에 내 기여가 분명히 드러나고, 내가 그것을 기획한 과정이 녹아 있는 작업"을 찾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나는 내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방향이 "작업자"가 아닌 "기획자"와 더 가깝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1.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한순간의 깨달음에서 얻은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단순히 감정적인 결심이 아니라, Flame 팀에서의 경험과 그로 인한 결핍을 치열하게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졌다.
"왜 나는 이 작업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는가?"
"어떤 순간에 내 열정과 흥미가 가장 높았는가?"
"내가 원하는 결과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1.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내게 묻는다. "다른 산업으로 이직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냐"고.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 필요했던 건 "용기"보다는 "단단한 다짐"에 가까웠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하게 고민했기 때문에, 커리어 전환을 결심할 때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앞설 수 있었다.
#2. 내가 느꼈던 결핍은 단순히 현재 상황에서 도망치라는 신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었다. 커리어 전환은 단순히 지금의 환경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커리어 전환의 첫걸음은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변화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결심할 용기"가 아니라, 스스로의 성향과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내가 진정 원하는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이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확신과 기대감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이 일을 하며 어떤 결핍을 느끼고 있는가?"
"그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나만의 방향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답을 찾는 순간, 내가 원하는 커리어의 방향으로 이미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