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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Apr 09. 2024

지금 당장 스쿠버 다이빙을 해야 하는 9가지 이유


1. 다이빙은 당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다이빙은 자신의 호흡과 척추, 골반, 어깨, 목, 팔다리의 위치마저도 스스로 세세하게 관찰하며 컨트롤해야 하는 액티비티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만의 편안함을 찾아내면 그 뒤론 바닷속의 평화로움을 즐기면 됩니다. 수면 밖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자신만이 온 우주에 혼자 둥둥 떠 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평소엔 사치인 줄만 알았던 자연으로의 고립이 다이빙에선 가능합니다. 많은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혼자만의 명상’이라 표현합니다. 자신의 숨소리 이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말을 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울 수도, 짜증 낼 수도 없는 그 바닷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스리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튼튼해지는 걸 알게 될 겁니다. 





2. 다이빙은 당신의 몸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다이빙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기록을 세우는 경쟁 스포츠는 더더욱 아닙니다.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만의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찾아내는 액티비티입니다. 거창한 신체적 조건이나 컨디션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다이빙은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가능합니다. 다이빙을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혈액 순환계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바닷속에서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 최소의 에너지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보니 평소 중력의 힘으로 직립보행만 해왔던 사람들이 바닷속에 들어가 스트리밍 라인으로 트림 자세를 잡는 것이 처음엔 어색하기만 하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의 몸 안의 ‘코어’를 찾게 됩니다. 코어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쓸데없는 체지방은 사라지고 단단하고 날렵한 몸을 만들어 줍니다.



멕시코 수중 동굴 다이빙 ⓒ 조하나




3. 다이빙은 당신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앞서 말했듯 인간은 태어나 지금까지 땅 위에서 직립 보행만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바닷속에 들어가 온몸이 90도로 방향이 바뀌어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중성 부력 상태로 유영을 하게 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무중력 상태’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바닷속에는 압력이 존재하고 중력 또한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중성 부력을 잘 찾게 되면, 무중력에 가까운 상태가 될 순 있습니다. NASA에서 우주인을 트레이닝할 때 다이빙을 많이 시킵니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와 가장 가까운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게 다이빙이기 때문이지요. 처음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어정쩡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수면까지 떠올랐다 바다 바닥까지 내려갔다 정신이 없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이야기합니다. “바다 밖 육지에서의 모든 습관과 관념을 잊으세요.” 수십 년 간 땅에 발을 딛고 살았으니 첫 다이빙의 순간이 어색하고 이상한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부터입니다. 여기서 고집을 부리면 안 됩니다. 겸손해져야 합니다. 바다 밖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이건, 나이가 몇이건, 남자든 여자든, 얼마를 벌 건 그런 건 모두 바닷속에서는 부질없습니다. 바닷속 물고기들에게 자신의 연봉을 자랑할 건 아니니까요. 다이빙을 잘하려면 바다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겸손해야 합니다. 바다를 만만하게 보지 마시고, 겸손한 마음으로, 아장아장 걷는 아기처럼 모든 걸 새롭게 받아들이고 배우셔야 합니다. 다이빙은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바닷속 탐험 ⓒ 조하나




4. 다이빙은 당신의 감각을 깨웁니다.


바닷속에선 압력이 바뀌고 밀도가 바뀌고 부피가 바뀝니다. 수면에서 빈 페트병을 하나 들고 깊은 수심까지 내려가면 인정사정없이 쪼그라드는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깊은 수심에서 날달걀을 깨트리면 수면과 비교해 높아진 밀도 때문에 노른자는 터지지 않고 그걸로 핑퐁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시각과 청각 역시 의심하게 됩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빨주노초파남보 순으로 물체는 색깔을 잃습니다. 깊은 수심에서 당신이 손가락을 베어 피를 흘리게 된다면 그 피는 새빨간 색이 아닌 시꺼먼 색일 겁니다. 바닷속에서는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소리가 정확히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의 양쪽 귀로 소리가 전달되는 시간 차가 육지에서와는 다르기 때문이죠. 바닷속은 육지의 대기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소리의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바닷속에서 당신이 보는 모든 것은 실제 크기보다 더 커 보입니다. 바닷속에서 당신의 버디의 어깨를 툭툭 치려고 손을 저어 보지만 헛손질뿐입니다. 실제로 버디는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있습니다. 바닷속에선 당신이 태어나 여태 살면서 익숙해졌던 감각의 패러다임이 바뀝니다. 당신의 감각이 예민하게 살아납니다.





5. 다이빙은 당신의 집중력을 높입니다.


바닷속에서 수면으로 뜨지도, 바닥으로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를 중성 부력이라 합니다. 다이빙의 꽃이라 불리는 이 중성 부력을 잘 맞추는 다이버가 좋은 다이버입니다. 중성 부력을 잘 맞추려면 스스로 미세한 호흡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합니다. 자신의 들숨과 날숨의 정도와 시간, 호흡 방법에 따라 자신의 몸은 천차만별로 움직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팔과 다리, 머리, 허리 등 모든 부분의 밸런스가 호흡과 함께 맞물려 당신을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만들어줍니다. 다이빙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액티비티입니다. 평소 신경조차 안 썼던 모든 것들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아, 내가 숨을 이렇게 쉬는구나. 내가 허리가 이렇게 굽었구나, 균형이 안 맞는구나’ 등등.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집중하게 됩니다. 문제를 알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태국 꼬따오의 선셋 ⓒ 조하나



6. 다이빙은 당신을 자연의 일부로 만들어줍니다.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까지 제가 본 물고기들은 노량진 수산시장과 63 빌딩 아쿠아리움이 전부였습니다. 제가 본 물고기들은 모두 이미 인간의 손에 먹잇감으로 잡혔거나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갇혀있는 처지였습니다. 다이빙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연 속에서, 그 넓은 대양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생명들을 보았습니다. 그 넘치는 생명력과 거대한 자연의 에너지는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아쿠아리움 따위와는 비교할 것이 안 됩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고래상어를 바닷속에서 한 번 만나보면 마스크 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그 고귀하고 경건한 경험을 해본 다이버라면 자연스레 이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 역시 동물의 여러 ‘종’ 중 하나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이라고 해서 이 모든 자연을 마음대로 해할 권리가 주어진 게 아닙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걸 다이버로서 절감하게 됩니다. 특히나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인간이 버려대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다 받아내고 있는 바다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 사랑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다이버들도 자신이 사랑에 빠진 바닷속의 건강한 모습을 지키고 싶습니다. 바다가 죽으면 인간도 곧 죽습니다. 



멕시코 수중 동굴 다이빙 ⓒ 조하나



7. 다이빙은 당신으로 하여금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게 합니다.


다이빙에 빠지면 그다음은 바닷속 생명체와, 그다음은 바다 자체와의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당신의 여행 테마는 ‘다이빙’이 우선됩니다. 다이빙하기 좋은 곳은 당연히 바다가 우선순위로 꼽힐 테지만, 산속에 있는 호수에서도, 얼음으로 둘러싸인 곳에서조차 다이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당신의 여행지의 선택은 점점 다양해지고 폭 넓어집니다. 더 이상 당신은 구글 지도에서 육지 위에 별표를 남기지 않아도 됩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바닷속 어딘가에 당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지구의 71%가 바다입니다. 당신이 갈 수 있는 곳은 무한합니다.



전 세계에서 온 다이빙 교육생들과 함께 ⓒ 조하나



8. 다이빙은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 줍니다.


저 또한 다이빙을 하면서 가족과 같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바닷속에서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을 함께 한다는 것은 보다 끈끈하고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합니다. 다이빙을 떠나는 여행길 위에서, 다이빙을 하는 바닷속에서 함께 나누는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서로를 살피고 존중하고 이해하며 같은 바닷속에서 버블을 남기고 나오는 일은 그 어떤 여행 메이트보다 더 친밀한 공감을 선사합니다. 다이빙으로 만나는 친구는 인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다이빙을 하면서 바닷속 온갖 생명체들과 유대감과 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9. 다이빙은 당신을 자유롭게 합니다.


바닷속에서 당신은 그 누구보다 자유롭습니다. 바다 밖 육지 세상의 소음과 화려한 불빛들은 암전된 듯 캄캄해지고 침묵과 고요만이 당신을 반겨줍니다. 당신은 누구에게 잘 보이려 화장을 할 필요도, 멋진 옷을 차려입을 필요도 없습니다. 오롯이 자신의 온전한 본래의 모습으로 당신의 피부를 감싸는 바닷물의 포옹으로 진정 자유롭다 느끼게 될 것입니다. 두렵고 무섭기만 했던 바닷속이 포근하고 편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감이 생기고 성취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이겨서가 아닌, 대단한 기록을 세워서가 아닌, 온전히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그런 성취감 말입니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들여다봄으로써 진정 자신을 알고 아끼게 됩니다. 다이빙은 당신이 잃고 살던 자존감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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