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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May 23. 2024

‘책임’이라는 단어, 함부로 그 입에 올리지 말라

나는 대통령에게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지난 4월 10일 총선 참패 후 바로 다음 날, 대한민국의 국무총리 한덕수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든다”라며 사의를 표했다. 우리 모두 먹고사는데 바빠 관심을 잃었지만, 5월 23일 현재, 그는 여전히 총리 자리에 있다. 대통령은 한 국가의 총리 임명을 잊었나 보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후안무치, 무책임의 대명사, 대통령의 친한 형,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여전히 그 자리 잘 지키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 외교, 사회, 문화, 정치, 산업, 교육, 노동, 의료,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퇴보하고 있는 상황에 능력도 의지도 없는 총리가 앉아있기 싫은 자리에 한 달이 넘도록 앉아있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라며 당선 후 호언장담했던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발표할 때마다 총리 뒤에 숨어 나타나지도 않는다.      





대통령은 분명, 사과하지 않았다

국내의 각종 언론이 “했다”라고 하는데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받지 못했다.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사과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윤석열 스스로 사과의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로 만들어 버린 국어에 대한 기묘한 모욕이었다. 이후 언론은 “김건희에 대한 공식적인 첫 사과”라고 떠들었지만,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단 한 번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언론들이여제발기사를 똑바로 쓰라     


어차피 정부와 언론이 짜고 치는 거대한 쇼가 될 거란 걸 우리 모두 예상했지만, 역시나 대한민국에 제대로 질문하는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좋은 답을 구하려면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라는 기조는 진실을 탐구하는 기자라면 명함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선배 기자에게 배운다.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장으로 교체된 KBS와 YTN은 그동안 왜곡되고 편향된 뉴스를 전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김건희에 관한 보도와 사진을 삭제 중이다. 몇몇 실무 제작진과 노조가 반기를 들었지만, 이들의 책상은 곧 사라질 것이며 “싫으면 유튜브로 가라”는 임원진들의 끔찍한 저주는 현실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가 있었음을 법정 공방에서 확인했고,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공권력이 정권을 지키는 여론에 조작 및 동원된다는 것도 안다. 놀랍게도 그때의 유인촌이 2024년 대한민국 문체부 장관으로 앉아있다.      

기자들은 참 비겁하다. 정부와 여당에 마이크를 들이대며 쫓아다니는 기자들의 질문 톤과 태도가 야당에 하는 것이 다르다. 그렇다고 매 정권마다 여당에 알아서 기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 정권 때 대통령과 여당에 질문하는 기자들은 누가 보면 퓰리쳐 상 감이었다. 당시 “동네 개가 짖어도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 돌만큼 기자뿐 아니라 온 나라가 노무현을 무시하고 만만하게 대했다. 그런데 윤석열과 김건희는 그렇게도 무서운가 보다.  





책임을 물을 자격조차 사치인 대통령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은 최악의 대통령으로 이명박과 박근혜를 능가해 역사에 남을 것이다. 부디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에 그보다 못한 인물이 대통령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그가 총선 패배 후 국민 앞에 사과한다는 자리에서 책상 위에 턱 하니 올려놓은 팻말에 기가 막혔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한 국가의 수장이 그동안 내내 책임을 회피해왔으면서도, 국민의 심판이 가해진 총선 결과에 대한 반성의 자리에, 조금이라도 눈치가 있다면(눈치가 없는 건 잘 알지만), 그리고 주변에 제정신인 참모가 하나라도 있었다면(없다는 걸 알지만),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 선물로 준,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 한 말이 담긴, 그것도 다른 나라의 언어로 쓰인 팻말을 올려놓다니 아찔하다.    


진정한 책임은 잘못의 인정으로부터 시작한다. 끝까지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는 사람에게 책임이라는 게 있을 리 없다.      






대체 대한민국의 대통령실엔 누가 일하나?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져 여러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를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이 대통령실에 명단 공개 명령을 내렸으나 여전히 버티고 있다. 우리는 누가, 용산에 어떻게 채용되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누구인지는 어느 공무원보다 더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공적 관심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이익에 크게 기여한다고 봐야 한다. (중략) 로비, 위협, 악성민원 등 가능성은 직원 명단을 아예 비공개함으로써 대응할 문제라고 보이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상당수 정부 조직뿐 아니라 감사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소속 직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 대통령실만 다르게 취급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 1심 판결문 중>  

   

대체 대통령실엔 어떤 인간들이 일하고 있기에 한 국가의 책임자가 대국민 담화를 하는데 영어로 쓰인 팻말이나 올려놓고, “사과하고 있습니다”라는 국어엔 없는 표현을 써준단 말인가. 하지만 놀랍지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서 발표하는 공식 문서들의 문법과 맞춤법은 늘 엉망이었다전직 잡지사에서 우리말과 글로 먹고살던 사람의 곤조라 하더라도 한 나라의 태도와 품격을 처참하게 망가뜨린 사람들이 지금 용산에 득실득실하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말은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과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준다총선 참패 후 온 국민의 시간을 허비한 전파 낭비에 가까운 대국민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실은 자화자찬하며 고무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나서 간 게 전통시장인데, 거기서 멍게를 보고 “소주만 한 병 있으면 되겠다”라고 말했다. 순간, 눈과 귀를 의심했다. 이 사람은 안 되겠구나, 아직 3년이나 남았지만 나는 이제, 결론을 내렸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어질고 훌륭한 왕정 시대의 군주로서 백성들이 배고프다 징징거리면 시장 한 번 돌아서 사진 한 번 찍어주고, 자신의 통치를 찬양하는 간신들에 둘러싸여 환상 속을 걷고 있다. 이따금 대중에 나서는 자리에서 하는 말들이 하나같이 생뚱맞고 현실에서 한참 멀어져 있는 건 자신이 스스로 행정의 수반이 아닌, 王이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스스로 '어진 임금'이라 여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거리들은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대학들은 폭동과 난동을 피우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무력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도처에 지금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이 들끓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는 법과 질서가 필요합니다. 법과 질서가 없다면 우리나라는 살 수가 없습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민권 운동과 반전 시위가 들끓고 있을 때 하버드 법대에서 졸업식에서 연사로 나선 법대생이 한 연설이다. 하버드대의 학부모들과 졸업생들은 그 연설에 긴 박수를 보냈다. 박수 소리가 잦아들자 그 학생이 말했다.  

    

“지금 말한 내용은 1932년, 아돌프 히틀러가 연설한 것입니다.”            

        



김건희의 대국민 환장 리플리 게임

우리에겐 이 있으니 당연히 스스로 王妃라 생각하는 여인이 있다그녀의 프로필엔 여전히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 경영전문석사’라는 최종 학력이 올라와 있다. 거짓을 하도 쌓아 올려 스스로 믿어버리는 지경이 된 건 전 국민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만 모른다. 김건희는 지금 국민을 상대로아니 국제적으로 위험한 리플리 게임, 대국민 환장 쇼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률에는 대통령의 부인의 역할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김건희는 그냥민간인이다. 대한민국 국정에 관여할 자격이 전혀 없다. 법을 좋아하는 윤석열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김건희는 거대한 나르시시스트다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자아와 현실의 콤플렉스가 충돌할 때 더욱더 비대해진다김건희는 거울 속 능력 있고 판단력 좋고 센스 있고 배포 있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있다. 그런데 오직 김건희의 거울에만 비치는 모습이라 현실과의 괴리감을 채울 길이 없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실이 공개해 온 한결같은 김건희 인스타그램 용 사진들로 보아 대통령실 홍보 쪽은 모두 여왕의 사람들(전 코바나 컨텐츠 직원)로 채워졌을 것이다. 코바나 컨텐츠는 애초에 실력으로 계약을 수주받는 회사가 아니었다. 코바다 컨텐츠가 일을 받은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과 이에 대한 고발은 차고도 넘친다. 검찰이 수사를 뭉개고 있을 뿐이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부산 엑스포, 한국관광공사 컨텐츠 등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굵직한 프로젝트는 김건희 라인이 앞장섰다. 능력 없는 자들이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실제로 믿어버리면 이런 일이 생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김건희가 자신의 능력 부족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걸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국민의 수준 탓인 거다. 동등한 자격의 정상 국가를 방문해 빈곤층의 아픈 아이를 껴안고 오드리 헵번과 비슷한 옷을 입고 반사판을 대고 화보를 찍은 여자다. 우리보다 잘 산다는 나라의 정상 국가 수장의 부인이 한국에 방문해 빈곤층이 사는 판자촌에 가서 병든 아이를 조명까지 세팅해 촬영했다면, 우리는 어땠을까. 2년 전 여름 폭우로 발달 장애 가족이 참변을 당한 현장에서 찍힌 사진을 대통령실 홍보 사진으로 쓴 사람들이다.      






나는 김건희에게도 사과받지 못했다

디올 백 수수 영상으로 사라진 그녀는 얼마 전 캄보디아 정상을 맞이하는 자리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은근슬쩍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나는 김건희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좌) 2023년 12월, (디올백 영상이 터지고) 네덜란드 순방 후 귀국 당시 김건희  (우) 2024년 5월, 캄보디아 정상회의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건희. 같은 옷이다. 


시사 프로그램을 보다 우연히 김진애 전 의원이 짚은 점이 흥미로워 사진을 찾아봤다. (좌) 사진은 작년 12월, 디올 백 영상이 공개되면서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서 돌아온 김건희의 귀국 모습이다. 이후 김건희는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우) 사진은 디올 백 수수 관련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담당 검사들을 물갈이하고 지난 5월 16일 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촬영해 공개한 사진이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우측 사진 설명에 따르면 “각 국가의 정상 부인이 자신의 나라의 전통의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라고 하는데, 김건희는 상대국 정상 부인이 전통의상을 입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양장 차림을 하고 있다. 심각한 외교 결례다. 하지만 더 이상한 건 김건희가 대중 앞에서 사라질 때와 나타날 때 입은 옷이 똑같다는 것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같은 옷을 겹쳐 입지 않았던 김건희가? 우연일까? 


김건희는 대중 앞에 사라지던 날과 반 년 후 다시 나타난 날 같은 옷을 입으며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는 잘못한 것도, 반성할 일도, 사과할 일도, 물러날 일도 없다”는, 지난 인스타그램 '개 사과'처럼 혼자만의 기묘한 심리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이미지 정치와 홍보의 여왕이라 믿으며 망상에 빠진 민간인 김건희가 있다2022년 8월 대통령실 홍보팀은 그녀의 지시 아래 반지하 호우 피해 현장을 홍보 이미지로 쓰고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한 달 후, 태풍 힌남노 피해에 포항 대민 지원으로 장갑차까지 보내 재난‧재해에 대한 대응 능력이 없다고 비난만 받던 정부의 체면을 살려준 게 바로 ‘홍보의 왕자’ 임성근 사단장이었다. 대통령실은 해병대 장병들의 땀과 정성을 신나게 홍보에 이용했다. 


다음 해인 2023년 여름, 또 수해 현장이다. ‘대민 지원’ 업무에도 장갑차를 보냈던 양반이, 물이 불고 물살이 거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는데 구명조끼가 아닌 (눈에 확 뛸 수 있도록) 적색 해병대 체육복과 정찰모 착용을 지시했다.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이 결국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한 변호사의 사적 의견이 제발 K-막장 드라마 소재로만 남게 되길 바랄 뿐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국은 너무 슬픈 삼류 국가가 되는 거다.      


2022년 대풍 힌남노 수해복구 현장에서 윤석열과 임성근
2023년 실종자 수색 작전, 임성근의 지시사항


채 해병 사망 당시 해병대 복장




초등학교 입학 연령, 노동시간 유연제, 수능 킬러 문항 삭제, 의사 2000명 증원 등등 지난 2년 간의 윤석열 정부의 셀 수 없는 헛발질로 인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 줘’라고 기도하는 국민이 대다수인 마당에 며칠 전 직구 전면 금지 정책이 또 발표됐다 3일 만에 사라졌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둘러댄 핑계는 대통령은 이를 몰랐고관여하지 않았다라고 한다그럼 한 나라의 정책을 대체 누가 승인하고 지시했다는 것인가이미 비선실제 정권을 한 번 아웃시켜본 국민의 경험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하나요, 이는 모두가 다 안다.



우리는 권력을 너무 함부로 준다
       

우리는 권력을 자격 없는 이들에게 너무 함부로 준다. 이미 권력을 쥔 자들에게 ‘어, 다시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하고 바로 돌려받을 수도 없다. 큰 대가와 희생을 치러야 한다. 우리는 연예인에게도 권력을 함부로 주지만, 그들은 뭐 하나라도 잘못하면 그 권력의 대가를 가혹하고 잔인하게 치른다. 연예인에게는 권력을 준 대중이 매서운 사냥에 나선다. 우리는 얼마 전 그렇게 이선균을 잃었다. 지금도 기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채 해병 특검법 거부에, 김건희의 수많은 의혹에 질문 하나 제대로 못하고 쩔쩔매면서도 김호중, 강형욱, 피식대학은 엄청난 도덕적 잣대와 비판‧언론 정신을 들이댄다. 그들의 잘못이 가볍다는 게 아니라 왜 우리는 묻고 따져야 할 문제에 경중을 두냐는 것이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내 나라를 대표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자격도 품격도 태도도 밑바닥인 두 인간 때문에 낭비되는 국가적 에너지와 역량을 데드라인에 다다른 저출산, 환경문제, AI 기술, 항공우주, 신재생에너지, 남북평화, 경제문제, 양극화, 사회안전망, 복지 등 수많은 난제에 쏟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통령실에 있어선 안 되는 자격 미달의 사람들이 가져가는 혈세와 혜택에 비해 그사이 더욱 소외되어 각자도생, 고군분투하다 스러져가는 사람들이 걱정일 뿐이다. 윤석열의 임기 동안 우리 사회가 쓰지 못하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기회비용, 추락한 국가의 이미지는 아무리 그를 탄핵하고 법정에 세우고 감옥에 보내도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린 이미 한 번 경험했기에 더 쓰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마다 5월이면 광주에 찾아가 (차라리 가지나 말지) 유가족들 면전에 대고 광주의 정신을 경제적 가치로 말한다. 천박하고 무식하고 모욕적이다. 세월호 10주기 KBS 다큐멘터리는 끝내 전파를 타지 못했고,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갈 곳을 잃었다. 미국과 일본엔 스스로 손가락을 끊어 피로 각서를 쓰듯 충성을 맹세하고,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의 자존을 스스로 포기했다. 


지난 2020년,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이 싸워 쟁취한 소녀상 영구설치를 확정한 독일 베를린 시가 2024년 5월, 일본 도쿄에서 카미카와 요코 외무상과 회담하고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갑자기 베를린 소녀상 철거를 거론하고 있다. 이게 우연일까? 대한민국 외교부와 정부는 이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 심지어 협조까지 했다면,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을 다시 한 번 일본에 팔아넘겼던 박근혜처럼 억겁의 벌을 받을 것이다. “일본에 라인을 넘기는 대신 윤석열을 넘기고 싶다”라는 국민들의 냉소를 쉽게 넘기지 말라. 


2020년 영구설치 결정이 내려진 베를린 소녀상이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그 입 다물라

내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권위를 버리고 국민 앞에서 '검사와의 대화' 토론을 했던 사람이다.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나의 첫 대통령 덕분에 윤석열이 얼마나 나쁜 대통령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윤석열은 감히 대한민국의 ‘자유’와 ‘책임’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슬프고 치욕적이고 피곤한 일이지만,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린 대통령 탄핵이 또 필요하다면, 나는 몇 번이고 다시 나설 것이다. 


2024년 5월 23일, 서거 15주기, ‘노무현 없는 노무현의 세상’에서 나의 첫 번째 대통령 ‘노짱’에게 배운, 나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만 같았다.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노무현, <운명이다> 中에서

 
대통령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2007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은 3대가 가난하고
친일했던 사람은 3대가 떵떵거린다는 뒤집혀진 역사인식을
우리는 바로 잡아야 합니다.
진상이라도 명확히 밝혀서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사는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뿌리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는 바른 역사를 가르칠 때
그들이 바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2004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제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물어야 해요.
아이들의 행복한 삶에 대한 목표가 있다면
그 행복은 살기 좋은 세상이 올 때 주어지는 것이죠.
세상을 바꾸는 것, 좋은 세상을 제공하는 것, 그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죠.

노무현, <진보의 미래> 中에서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합니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온몸으로 소통하려는 것입니다.

노무현, 2006년 12월 28일 정책기획위원회 오찬연설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입니다.
통일은 그 다음입니다. 통일을 위해 평화를 깨트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안보입니다.
평화를 위한 전략의 핵심은 공존의 지혜입니다
화해와 협력, 공존을 위한 지혜의 요체는 신뢰와 포용입니다.
끊임없이 상대를 적대하고 의심하고 상대의 허물을 들추어
상대의 자존심과 불안을 자극하고 사사건건 시비를 따지고 자존심을 세우려고 해서는
신뢰를 쌓을 수도 없고 화해와 협력의 대화를 이어갈 수도 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대범한 자세로 상대를 포용해야 합니다.
대결주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노무현, 2007년 1월 신년연설



우리 국민은 수많은 좌절을 통하여
가슴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신념을 키우고 그리고 역량을 축적하여 왔습니다.
의리 있는 좌절은 단지 좌절이 아니라 더 큰 진보를 위한 소중한 축적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6월항쟁의 승리를 보고 일시적인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혜,
당장의 성공에 급급하여 대의를 버리지 않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노무현, 2007년 6.10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 




자랑스러운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든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서 나가야 합니다.
특히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가 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의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노무현, 2006년 제58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연설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일본이 러일전쟁 중에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편입하고 점령했던 땅입니다.

노무현, 2006년 4월 26일 독도 담화문 中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백범 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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