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해부의 추락>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깊게 뿌리 박힌 불편한 시선에 대해 질문합니다.
특히 피고인이 여성이고, 문화적 타자인 경우
사회의 편견과 언어가 어떻게 의미를 변화시키고 왜곡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핍니다.
영화 <추락의 해부>는 이러한 차별과 위선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폭로하는 동시에
관객이 자신의 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도록 안내합니다.
부부관계 안에서의 역할 분배와 분업,
결혼생활에서 전통적으로 인식되는 아내의 역할에 대한 편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그에 대해 죄책감을 갖거나
사과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이 영화 곳곳에 심어져 있습니다.
때때로 산드라가 다니엘을 죽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산드라 자체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추락의 해부>는 법정 드라마나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성에 대한 캐릭터 연구에 더 가깝습니다.
산드라는 의구심 어린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도 질문을 피하지 않습니다.
배심원들에게 동정을 구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상대방의 호의나 환심을 사기 위해 웃지 않고,
진심일 때만 미소를 짓습니다.
복잡한 구문과 현란한 형용사가 제거된 새로운 언어와도 같으며,
그것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입니다.
여성이 폭력을 당하고, 살해당하고, 토막 나는 영화,
즉 ‘불쌍하고 고통받는 여성을 보라’는 식의 영화를 수백 편이나 봤습니다.
내가 왜 또 만들어야 하나요?
사회의 깊은 편견을 건드리고,
결혼과 가족, 삶에 대해 세심하고 미묘하게 접근한 <추락의 해부>,
이 영화의 화룡점정은 불확실성,
즉, 영화가 끝나고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의구심과
퍼즐의 중요한 조각에 닿지 않은 느낌입니다.
과연 산드라가 남편을 죽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