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나도 해 볼까?

하루에 하나씩, 솜씨꽝 워킹맘의 살림도전기

by 글쓰는하루

행복한 살림 이야기, 살림일기, 살림이 좋아, 살림풍류... ...


서점에서 인기가 높은 실용서들의 제목과 부제들입니다. 솜씨 좋은 살림꾼들이 저마다 카페보다 멋지게 꾸민 집과 레스토랑 뺨치게 맛깔 나는 요리, 특급호텔보다도 깔끔한 침실과 욕실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본인의 노하우를 나눕니다.


인터넷 포털 창에 ‘살림’이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해 볼까요? 각종 살림 비법과 입 떡 벌어지는 예쁜 살림살이들이 펼쳐집니다. 소위 ‘허세 사진’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서도 ‘살림’을 키워드로 한 게시물들을 검색해 보면 각종 그릇, 테이블, 원목 수납장, 모델하우스 같은 집 등 아름답고 정갈한 사진들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저 역시 감각 있게 살림을 잘 꾸려나가는 분들의 솜씨를 이런 SNS를 통해 엿보곤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생활 전반에서 좀 더 편리한 것, 빠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이 최첨단 시대에, 어찌하여 구닥다리 느낌이 강한 ‘살림’이라는 주제가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걸까요? 무엇 때문에 이 ‘현대여성’들이 ‘홈메이드’에 열광하고, 예쁜 그릇을 찾아 해외직구를 하고, 깔끔한 수납 노하우를 찾아 헤매는 걸까요?


저는 사람들이 지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건과 기기가 넘쳐나는 세상...마음만 먹으면 온갖 음식들을 사거나 배달해 먹을 수 있고, 세탁과 건조, 설거지, 청소를 담당해 주는 기계가 있고, 취미가 아닌 이상 옷을 만들어 입을 필요도 없습니다. 참으로 편해진 시대이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강도가 그에 비례하지는 않다 보니, 오히려 손으로 모든 것을 해내던 옛날 방식의 삶에 대한 동경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림은, 디지털 시대의 사람들이 막연히 동경하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잘 어울리는 컨셉이죠.


제 경우는 워킹맘으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안 그래도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데 엉망인 집안 꼴을 보면 더욱 지치고 화가 나더라고요. 이왕이면 깔끔하고 잘 정리된 집에서 쉬고 싶잖아요.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은 그 마음이 ‘살림을 잘 하고 싶다‘라는 욕구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음...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그렇게 SNS에 나온 노하우를 따라 하기만 하면,

살림꾼들이 쓰는 각종 살림도구들을 똑같이 갖춰놓으면,

누구나 살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저 역시 살림을 잘 하고픈 욕심에

꽤 값나가는 도자기 그릇들을 사 보기도 했고,

예쁜 테이블보며 테이블 매트를 사 모으기도 했고,

집을 꽃으로 예쁘게 장식하고 싶어서 플라워 레슨도 받아봤습니다만...


제 결론은,

“살림은 배운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고른 예쁜 그릇들을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 아무리 궁리해도

SNS에서 본 정갈하고 아름다운 식탁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었습니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동원해 싱크대를 낑낑 닦아보았지만

살림꾼들의 주방처럼 반짝반짝 윤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살림도 스포츠나 예술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피겨스케이팅을 배운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김연아 선수처럼 될 수는 없고,

그림을 배운다고 모든 사람이 피카소가 될 수도 없는 것이고,

피아노를 배운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쇼팽 콩쿠르에서 수상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살림 역시 무조건 배우고 따라한다고 해서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개인의 천부적인 감각과 센스, 에너지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살림을 포기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죠.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정의에 따르면, ‘살림’은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을 뜻합니다. 어떤 형태든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한, 그 누구도 ‘살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부터 제 방식으로 살림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저와는 출발선부터가 다른, 재능을 타고난 살림꾼들의 완벽한 솜씨를 보며 ‘왜 우리 집은 저렇게 안 되는가’라고 한탄하지 않고, 그들의 노하우를 참고만 하여 제 능력껏 제가 사는 공간을 잘 꾸려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워킹맘이라 살림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욕심 내지 않고 하루에 하나씩!’ 살림을 해 보고자 해요. 그 범위도 최대한 작게 둘 겁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서랍장 한 칸(의 일부분) 정리하기, 내일은 세면대 닦기 등으로요.


살림솜씨가 뛰어난 분들은 제 글과 사진을 보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구독을 적극 권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저처럼 살림을 잘 하고 싶지만 뜻대로 안 풀리고, SNS의 화려한 사진들에 기죽어 계셨던 평범한 분들은 꼭 구독해 주세요. 그리고 서로 응원하기로 해요.


자,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살림살이를 준비합니다. 하루에 하나씩 실천하면서 변해갈 저의 집 모습도 기대해 주세요. 저의 이 작은 도전에 함께 해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