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도 한번만 'YES' 라고 말해보자.

40대, 다시 ㅍ어나는 삶의 기록2

by 쌀방언니

카페는 날마다 손님이 늘어났다. 평일에는 의령에 사시는 분들이 주로 오셨고, 주말에는 타지역에서 헬리오 카페를 찾아서 오셨다.

카페의 따뜻한 분위기 덕분인지, 비건 디저트의 특수성때문인지, 국가지정 소나무가 심겨져 있는 신포숲의 덕인지, 아님 이 모든것의 조화로움때문인지 손님은 점점 늘어났다.

우리는 바쁘게 음료를 만들고 디저트를 셋팅하면서도 손님들의 반응을 살폈다. 남기는 음료와 디저트는 없는지, 드실때 손님들의 표정은 어떤지 시간이 허락되는 한 세심하게 관찰했다.

나는 나의 성격과 기질을 발휘에 친근하게 손님에게 디저트와 음료가 어땠는지 물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디저트는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가격이 좀 부담스러워요."

"메뉴에 설명이 부족해서 뭘 주문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비건이 뭔지 잘 몰라서 주문하기 힘들어요."

어떤 피드백들은 뼈를 때리는 아픔이었고, 그 아픔은 동시에 감사함이었다. 우리는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은 개선해 나갔다. 비거 디저트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시그니처 메뉴와 스콘을 셋트로 묶어서 1000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비건 디저트에 대해 알지 못해서 주문을 망설하는 분들에게 SNS 이벤트를 통해 맛 볼수는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음료와 디저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고 먹는 방법도 꼼꼼하게 전달했다.

불편한 점이 없는지 신경을 곧두세우고 손님들에게 집중했다. 스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먼저 챙겨서 가져다 드리고, 아기 의자가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의자를 직접 가져다 드렸다. 필요한 것이 있어 카운터로 다가오는 손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묻고 챙겨드렸다.

어느 순간에도 미소는 절대 잃지 않았다.

카페에는 늘 손님이 북적했고, 카페를 찾는 손님들중에 '비건 디저트 원데이 클레스'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생겨났다.

나는 원데이 수업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카페를 오픈하고 4개월쯤 지났을 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의령 교육청인데요. 비건 디저트 수업 하시죠?"

"네."

상대방은 카페로 전화해 비건 디저트 수업 문의를 했더니 내 번호를 알려줘서 연락을 하였다고 했다.

"저희가 선생님을 대상으로 연수를 하는데 비건 디저트 만들기를 프로그램에 넣고 싶어서요. 가능할까요?"

"네, 비건 디저트는 수업은 가능합니다. 몇분이세요?."

"인원은 20명정도 되구요, 출강인데 가능할까요?"

"네, 출강은 가능한데 혹시 오븐 있을까요?"

"아니요, 오븐은 없습니다. 회의실에서 하는 연수라 오븐 없이 할 수 있는 수업은 없나요?"

순간 크게 당황했다. 나는 한번도 오븐없이 디저트를 만들어 보지 않았기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나라면 "죄송합니다. 오븐 없이는 수업이 불가능합니다." 라고 말하고 아쉽게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여러 생각이 혼잡하게 머릿속을 휘젓더니, 한가지 대답이 불쑥 튕겨져나왔다.


용기를 내보자.
그래야 나는 발전할 수 있어.
두려워도 한번만 'YES'라고 말해보자.
나머지는 그 다음 문제야.


"제가 한번도 오븐 없이 수업을 진행해 보지 않았지만, 오븐 없는 수업 만들어 보겠습니다. 날짜는 언제죠?"

"아직 시간은 있어요. 2달 뒤입니다. 가능한지부터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오븐 없이 수업 가능합니다. 제가 커리큘럼 짜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나는 미친듯이 오븐 없는 디저트를 찾기 시작했고, 찾은 디저트를 비건 디저트로 만들어 보았다. 수없이 실패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2달 뒤 나는 20명이 넘는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오븐 없는 비건 디저트 수업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렇게 나는 내가 온 기회를 두려웠지만 잡았다. 그리고 그 기회는 나에게 또다른 기회들을 안겨줬다.

마을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디저트 수업을 해주실 수 없겠냐는 딸의 담임 선생님 전화에 나는 흔쾌히 도움이 된다면 봉사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마을교사가 되어 활동하다보니 중학교 방과후 수업 제의가 들어왔고, 방과 후 수업에서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였더니 여러 학교에서 특별 수업 요청이 이어졌다.


처음이라는 어렵고도 어려운 첫 관문을 통과한 나는 모든 기회에 무조건 "YES맨" 이 되었다. 바크 초콜릿 키트를 만들기도 하고, 비건 디저트 답례품도 만들었다. 학생, 선생님, 일반인, 유치원생까지 모두를 위한 수업을 만들었다.

나는 시골 학생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비건 디저트도 충분히 맛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디저트를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비건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나의 도전은 식을 줄 몰랐고, 그런 나에게 도전거리는 자꾸 가까이 다가왔다.

'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이 의령에 설립되면서 나는 미래교육원 연계 체험장으로 선정되어 경상남도에 있는 초,중,고등학생들이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체험장이 되었다.


내가 한 모든 선택에 실패는 없었다. 모든 것이 배움이었다.

가장 큰 배움은 두려움을 대하는 태도였다. 이제는 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전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패라는 것을.

그 모든 실패들이 지금의 우리를 더 강하고, 더 현명하고, 더 겸손하고, 무엇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나는 두려움에 맞서 시도하고 실패할 것이다. 수없이 많이.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 있는 도전, 그것이 바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비결이자 즐겁게 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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