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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Feb 25. 2024

17. 되게 이상한 사람




재욱은 믿기지가 않았다.

- '어떻게 그 여자가 살아있는 걸까? 아니 살아있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왜 얼굴이 같은 걸까.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제대로 기억을 못 하고 있는 걸까?'


재욱은 그때의 유정을 알고 있다. 분명 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필름 사진이 현상이 안 되는 이상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현상한 사진은 없지만 필름 속 유정은 분명히 찍혀있었다.


-그러니까.. 난 그 여자 얼굴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그때의 유정은 24살.. 혹시 이름을 바꿔 살아 간다한 들 시간이 흘렀는데 그때의 모습 그대로 일리가 없는데..



다음날, 그다음 날도 재욱은 그 여자가 일하는 카페에 갔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들은 일하는 시간에 대낮에 한 시간가량을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녀를 지켜봤다.


- 되~~게 이상한 거 아시죠?


여자가 재욱에게 다가와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 제가 주문하신 커피 직접 갖다 드리고 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아닌데..


- 아?! 아 죄송해요. 제가 잠시 딴생각하느라.

재욱이 당황하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 흠.. 됐고요. 뭐. 맨날 오는 손님인데. 제가 갑질할 순 없죠. 앉으세요 손님


-아.. 정말 죄송해요.


여자가 재욱을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어디서 많이 봤는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어요?


- 네?

재욱은 내심 많이 당황했다. 순간 그 여자.. 유정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야..‘


- 아.. 그쪽 유혹하고 뭐 그런 건 아니고요.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아서..


- 아.. 그냥.. 요 며칠 제가 자주 왔죠.


- 흠… 그러긴 하셨죠. 이 근처 회사 다니세요?


- 아.. 네..


-되게 한가한가 보다. 이 시간에 이러고.. 농땡이? 치는 거 보면


- 노.. 농땡이?


- 그 말 몰라요?


- 아니 모르는 건 아니고.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 아님 백수신가?


-네?


재욱을 측은한 눈빛으로 보는 여자였다.


- 아니.. 이렇게 멀쩡하게 양복 입고 다니는 백수 봤어요?


- 있죠~  왜 없어~ 요즘 취업하기 얼마나 힘든데~~~


- 훗.


- 왜 웃어요?


- 아뇨. 누가 생각나서.


띠링~

카페 문의 종소리가 울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 아~ 잠시만요 손님~

그럼.. 드시고 가세요~


여자가 시크하게 말하고는 뒤돌아 가버렸다.


짧은 대화였다. 왠지 모르게 유정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사람이었다. 분명 그렇게 느꼈다.

왠지 모르지만.


 




짹짹~~

기분 좋은 참새 소리가 아침을 반겼다.

2층 주택 옥상에는 유진의 집.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방이 있다.

일부러 옥탑 방을 선택한 건 날마다 보는 이 싱그러운 아침해를 보기 위해서였다.


- 하... 상쾌한 아침~~ 으.. 아니네.. 나 허리가 왜 이리 아픈 거야.. 아 진짜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나…


- 유진아~~ 어서 내려와 아침 먹어~

중년의 여성이 여자를 불렀다.


- 네~ 어머니~


유진이라는 이름의 여자는 유정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둘은 나이도 틀리고 이름도 틀리다.


-오~~ 아침부터 미역국? 나 오늘 면접인데? 이~~~ 쁘게 미끄러지라고?


- 어멋! 뭐야? 오늘 이었어? 안돼! 미역국만 먹지 마~


- 아냐~~ 됐어~~~ 나 미역국 먹을래~~ 좋아하는 거 알면서!


- 하참... 내 정신 좀 봐..


중년의 여자가 한숨을 내쉬며 털썩하고 식탁 앞에 앉았다.

허리를 움켜쥐고 앉는 유진을 보며 또다시 한숨을 내쉰다.


- 허리 많이 아파? 그러게.. 그렇게 알바를 하니 그렇지.. 하루종일 서있고, 안 해도 된대도 꼭 그렇게 말을 안 들어..


- 어우! 무슨 소리세요 어머니! 다 큰 어른이 지 밥벌이는 해야죠! 안 그래유?

장난기 어린 유진의 얼굴을 보고 여자는 웃어 버린다.


-그래그래~ 내가 아주 딸을 잘 키웠네. 아니네 네가 아주 잘 컸다 고마워


-헤헤…


- 흠.. 근데 유진아 취업하는 거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거 해야지


- 좋아하는 거야. 호텔일이 얼마나 멋진데

유진은 야무지게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고 말했다.


- 너 옷 만드는 거 좋다며.  유학까진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 에이.. 어머니. 걱정 마요. 나보단 어머니가.. 오늘도 거기... 가실 거죠?

유진은 일부러 말을 돌렸다.


중년의 여성이 유진이 볼까 고개를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몰래 눈물을 훔치는 것을 유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 가야지..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데.


- 조심히 다녀와요. 어머니… 내 걱정은 좀!!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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