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4살 시절

by 작가이유리

조용하면 사고치는 중 – 아들의 침묵은 곧 위험 신호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언제일까? 밤늦게 열이 날 때? 심하게 넘어졌을 때? 아니다. 그것보다 더 두려운 순간이 있다. 바로 아들이 ‘조용할 때’ 다.


하루 종일 ‘엄마! 엄마!’를 부르며 뛰어다니고, 장난감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공간이 갑자기 정적에 휩싸일 때. 나는 본능적으로 긴장한다. 조용하다는 건 곧 무언가 저지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아들이 거실에서 떠들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처음엔 혼자 놀겠거니 하고 안심했지만, 십 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방문을 열었더니, 거기엔 온몸을 초록색으로 물들인 아이가 서 있었다. 그것도 반짝이 풀과 함께. 손엔 내 화장품 파우치가 들려 있었다.


“엄마, 나 공룡 됐어!”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 최애 아이섀도우가 이미 공룡 피부 색칠 놀이에 쓰였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방문을 열기조차 두려운 순간이 있다. 한참 조용하다 싶어서 방에 들어가면, 베개와 이불로 만든 요새 속에서 형제가 몰래 초콜릿을 나눠 먹고 있기도 하고, 거실 한쪽 벽이 ‘과학 실험’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세제 거품을 만들어 무지개 비눗방울 실험을 하다 욕실이 작은 바다로 변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하는 사고들은 어쩐지 밉지가 않다. 그들의 사고는 ‘호기심’과 ‘창의력’의 산물이니까.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엄마의 심장이 몇 번씩 멎을 뻔하고, 한숨이 늘어나긴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웃으며 이야기할 추억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긴장하며 아이들을 지켜본다. 혹시 갑자기 조용해졌다면? 그건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나는 얼른 일어나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은 놀라운 방법으로 나를 맞이한다.


“엄마, 봐봐! 우리 진짜 멋진 거 만들었어!”


이 멋진 ‘작품’ 앞에서 나는 또 한숨을 쉬고, 웃음을 참고, 카메라를 든다. 이 순간마저도 나중엔 그리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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