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년을 내리 사는 동네에는 폐허가 된 건물이 몇 있다. 사정을 모두 알 수 없지만 가압류 딱지를 봐선 부도가 나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나는 줄곧 그 건물들이 흉물스럽다 생각했다.
내 감상과는 별개로 건물들은 누군가의 집이었다. 사람의 접근을 막으려 세운 펜스 안에는 수년 전 고양이 가족이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들은 생명을 낳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버리고 간 곳. 발길이 멈춘 곳에서 삶을 이어갔다.
며칠 전 쇠사슬로 잠겨있던 건물 문이 열렸다. 영원히 버려졌다 생각한 건물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질서 없이 쌓인 가구들이 치워졌다. 누군가가 놓아둔 친절한 밥그릇도 사라졌다. 그날부터 고양이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2
20대 초의 일이다. 재개발을 하는 동네들을 보노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울렁거렸다. 분명 깨끗하게 정리된 집 터인데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아파트 밑에 낡은 집이 깔린 듯 느꼈다. 떠난 이들과 옮겨 온 이들의 삶이 자꾸만 겹쳐졌다.
나는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말하지 못했다.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문장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왜 그게 지금인지는 또 모르겠으나 그냥 쓴다.
없어진 고양이들. 떠밀고 떠밀리는 모습. 금세 지워지는 존재. 거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