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

[작은곳으로 작은곳으로]

by 정원


딱 하루치의 만두를 빚기위해
최선을 다하는동안
다른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회사를 작고 조용한곳으로 옮겨야 했다.

사람도 지옥이었고 선적과 납기에 쫒기는 압박도 고통이었고 그 긴장감은 어김없이 공황발작으로 이어졌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공황발작을 동반한다는걸 알고 인지하게 된것도 몇년이나 흘러서의 깨달음이었다.

나를 짓누르는 주제를 멀리하고, 내가 두려워하는 장소를 피하고, 긴장해소가 되는 장소를 찾으며 그렇게

다 큰 성인하나를 보살피는 삶이 시작될수밖에 없었다.


작은회사로 옮기도 다시 또 옮기고 그러는동안 월급은 무참히 하향되었고, 경력도 박살이 났다.

몸도 직업도 벼랑끝에 내몰린 끝없는 추락의 와중에 잘 보지도 않는 티비속 드라마의 대사 하나가 내귀에

강렬히 꽂혀들었다.


"행복은 자신만의 왕만두를 빚는 것과 같아요. 만두를 빚는데 정석이 어딨나요.

다 각자 입맛대로 빚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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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조언은 불가능했다.

인생이란 거창하고 무거운 장막을 누군가가 아무렇지 않게 휙 열어젖히고 내게 가까이와보라고, 별것

아니니까 겁먹지 말라고 손짓하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같은 불행의 원인이 자연재해든 사고든 어디서 비롯되었고 뭐가 되었든 한가지는 분명해졌다.

나 혼자, 내 힘으로, 내 의지를 가지고 내 속에 잠든 거인을 기필코 깨워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다

아직 깨우지 못한 거인이 잠들어 있는지조차 몰랐지만 반드시 있다고 믿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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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새벽에 눈뜨는게 힘든 야행성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새벽4시에도 카메라를 들고 인적드문 고요함을

찾아 손가락이 얼어붇는줄 모르고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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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먹을때 행복한지 어떤음식을 좋아하는지 처음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일한 노동의 댓가로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카메라렌즈 하나를 처음으로 구매할때는,

그저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돈을 써도 되는지 수백번의 고민과 적지않은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제대로 쳐다봐주면 봇물처럼 터질것만 같아, 오랜세월 마음속 깊은 우물안에 가두어두었던 갈망과

결핍의 응어리도 조금씩 조금씩 양지로 꺼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