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인 자의 미학
세대 사이에 낀 그대에게_ep.01
매일 아침 출근길, 오늘도 나는 지하철 플랫폼 위에 서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오늘도 윗분(상사)의 잔소리와 아랫분(MZ세대 부하직원)들 눈치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하루를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어느새 회사 문턱에 도착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오늘도 나의 직장 생활이라는 사투는 또다시 시작된다.
“샌드위치 속 햄 같은 존재”
먼저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조금 설명해 보자면, 나는 대학 졸업 후 꾸준히 직장 생활을 이어 가며
현재 위로는 나보다 10년 연상의 상사, 아래로는 평균 10년 어린 MZ세대 부하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고충 많은 ‘중간관리자’이다.
현재의 나를 비유하자면 샌드위치 사이에 낀
햄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때로는 완전히 타버린 햄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때로는 덜 익어 미완성인 것 같은 반쪽짜리 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나는 세대 간의 샌드위치 속 햄이 되어 맛의 조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직장이라는 전쟁터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직장인에게 오전 9시란?"
대부분의 회사원들에게 출근 시간은 오전 9시다. 그런데, 과연 오전 9시가 ‘업무 시작 시간’일까?
아니면 ‘사무실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일까?
나의 상사는 매일 30분 전에 출근하여, 책상 주변을 물티슈로 말끔히 정리하고 따뜻한 차와 함께 하루 업무 일정을 준비한다.
그 모습은 마치 이상적인 직장인의 교본처럼 가장 모범적인 하루의 시작을 보여주곤 한다.
그런 상사 보다 15분쯤 뒤에 도착하는 나는 커피 한 잔을 즐기며 메일함을 확인하는 게 나의 소소한 여유이자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과도 같다.
사실 출근 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해도
하루 일과를 준비함에 있어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의 상사는 이 또한 그리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볼 때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부하직원들은 9시 되기 5분 전 또는 9시 정각이 되면 정확하게 사무실에 등장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MZ세대 후배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9시 정각이면 사무실에 도착하여 각자의 PC를 켜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이 지각 한 번 없이 9시 정각이면 이루어진다는 점에 나는 그들의 시간 감각과 일관성에 때로는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팽팽한 두 세대 사이에서"
오늘도 나의 상사는 "9시 정각은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지,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다"라며 나에게 부하 직원들에게 좀 더 일찍 출근하여 업무 준비할 것을 지시한다. 반면, MZ세대 부하직원들은 명확한 근로시간을 주장하며,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결과 중심적 사고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상사의 억압도, 후배들의 근로기준 미준수도 아닌, 이 팽팽한 대립 속에서 나는 매일 타협점을 찾기 위해 눈치 게임을 해야만 한다.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두 세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을 견뎌내며, 마치 샌드위치 속에서 눌리고 짓이겨지는 햄처럼 버티며 맛의 조화를 위해 오늘도 이 직장 속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만의 비법 소스를 찾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