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산 만한 산만> 2쇄가 나왔다고 합니다.
현재
-공상온도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위드위로(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송포로 26 현대프라자 1층 120호)
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많이 공감했던 구절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진단명이 나온다는 것은 문제의 시작이 아닌 해결의 시작입니다. ADHD는 진단명을 받는 순간에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힘들게 하는 ‘그것’은 이미 존재했고, 그렇기 때문에 각자 힘들어하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이름을 알게 된다는 건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 감자에 감자, <진단은 끝이 아닌 시작>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두 일원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ADHD를 예로 들어보면, ADHD가 일상생활에서 ‘장애’가 되느냐 아니냐의 여부는 개인이 처한 환경과 사회적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가령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ADHD인’이나 자신의 ADHD적 특성을 직업적으로 잘 활용하는 사람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지만, 일반 사무직 종사자인 'ADHD인‘은 직업적으로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또는 ADHD로 인해 직장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인의 기질적 차이에 따라 어떤 사람은 그걸 크게 괘념치 않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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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특히 ADHD는 정체성 정치 수사에 특히 취약할 수 있는데, 정신질환은 환자 본인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인식적 우위를 갖는 1인칭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즉, 정신질환은 환자 본인만이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타인이 그 어려움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처럼 정신질환은 ‘비가시적인 장애’로서, 환자 본인이 자신의 질환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사회에서 이해되는 방식에서 다른 사회적 조건들과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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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 내가 제시하는 대안은, 소유가 아닌 존재 양식으로서의 이해, 행동주의적인 이해이다. 우리는 개인이 갖는 어떤 내재적 특성 때문에 ADHD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행동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ADHD라는 진단을 받는 것이다. 개인의 삶은 ADHD라는 하나의 요소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모든 사람은 ‘사람 스펙트럼’ 속 어딘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 민석기, <ADHD에 대한 단상>
ADHD 당사자는 입력되는 것도 적은데 그것의 처리마저 느리니 유지 자체가 어렵단 거다. 그러다 보니 뇌가 뭘 생각하고 정리하기도 전에 제멋대로 몸이 튀어 나가기도 하고, 뇌는 입력을 했는데 인출 속도가 너무 느리기도 하다. 버퍼링도 걸린다. 그런데 상황에서 얻는 정보 또한 너무 한정적이며, 편파적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비유하자면 60퍼센트 정도만의 기능을 하는 컴퓨터 본체에, 고장난 키보드(한꺼번에 와다다 쳐지거나 한 번 치면 무조건 3초 뒤에 입력됨)를 가지고 어쩌다 보니 가끔은 최신형 맥북과도 프로젝트 경젱을 붙어야 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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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제 쟤의 노력에 주목해 주자. 내가 허튼소리를 했구나 깨닫고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서 어떻게든 주제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남의 칫솔로 양치를 하고 안 들키려고 열심히 물기를 털어대는 노력을, 4번째 신용카드를 재발급하며 분을 못 이겨 고래고래 고함을 치다가 눈물 맺힌 눈으로 어쩔 수 없이 또 정지, 재발급을 반복하는 노력을. 내 옆 사람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나아가 그 노력까지 인정하면 도무지 애틋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다진, <도대체 쟤는 왜 저럴까?>
지금은 약물 복용과 인지치료 등을 통해 많이 조정한 편이지만, 당시에는 내가 체력이 약한 줄로만 알았어요. 꼭 신체적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썼을 때도 그래요. 예를 들면 저는 강연을 다니는 사람이었어요. 기업에 가면 2시간 동안 글쓰기 강연을 해요. 반응은 너무 좋은데 하고 나와서 저는 눈이 막 감겨요. 몰입에서 빠져나왔을 때, 탈력상태가 되고 실수를 한다는 게 오랫동안 저만의 비밀이었어요. 지하철을 반대로 타고, 내릴 역을 놓치고...... 그럴 때는 어디론가 들어가서 딱 10분이라도 바깥의 자극을 차단하고 눈을 감고 쉬어야 한다는 걸 나중에 ADHD지침서를 보고 알았어요. 노캔 헤드폰을 끼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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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인에게 수면은 정말 중요해요. 수면의 질과 양에 따라 컨디션 차이가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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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왜냐면 ADHD로 확진을 받기까지 내 마음이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ADHD일 리가 없다는 오해에도 반박해야 하다니, 싶어 힘이 빠졌어요. 평생을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다가 확진을 받은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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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든 상관없어요. 나를 좋아하면 좋겠어요. 어차피 남들이 나를 속속들이 다 이해 못해요. 그리고 나는 모든 단점의 총합이 아니라는 점, 내가 고칠 점 투성이인 인간이 아니란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우리가 세상 모든 노하우대로 살아도, 내가 나를 싫어한다면 행복하지 않잖아요.
- <A클럽 친구들에게> 소은성 작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