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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Jul 13. 2018

무엇인가 쓰고 싶어 졌다. 단지 그뿐이다

넌 대체 누구니?


무언가 쓰고 싶어 졌다. 단지 그뿐이다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첫 문장을 좋아한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면 처음 의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쓰인다.  그냥 쓰기로 한다. 뭐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첫 문장을 어떻게 쓸까 고민한다. 그럴 땐 역시 하루키의 저 글귀가 맨 앞에 서게 된다. 빈 도화지에 뭔가 칠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숨통이 트인다.


하얗게 비어있는 모니터 화면을 계속 쳐다만 보면 아무 글도 안 써진다.  처음부터 너무 멋진 글을 쓰려고 하지 말자. 살아가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뭔가 하려고 할 때 자신감 있게 치고 나가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고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너무 멋지려고 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 지금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인정하자.  찌질한 일상을 기록해두고 계속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진짜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넌 대체 누구니?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도 아무것도 없는 하얀 모니터. 멋지게 글을 쓰고 싶은가 보다.  녀석은 꽤나 폼나고 잘난 걸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려면 가슴이 콩닥거려서 횡설수설하기 일쑤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걸 주저한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튀고 싶어 하고 남과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렇게 양면적인 요소가 있다 보니 냉탕도 아니고 온탕도 아니어서 주저주저하게 된다. 목욕탕에서 냉온탕욕 하듯이, 그냥 냉탕도 들어가고 온탕도 들어가면 좋을 텐데... 뜨끈하게 몸을 지지고 싶을 땐 온탕, 속에서 천불이 날 때는 시원한 냉탕에 몸을 담그면 좋지 않은가... 필요할 때마다 자기가 원하는 성격을 선택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거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욕망에 충실하면 어떨까?  수줍고 감성적인 소녀적인 성향을 원할 때는 로맨틱하게 생각하고, 남과 다른 생각과 상상력이 필요할 때는 아이디얼적인 성격을 불러오면 되지 않을까?  어떤 마음이 필요할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내가 원하는 욕망에 충실하자. 


가능할까? 선택적으로 성격을 불러오는 게.  이런 생각을 한번 써먹어본 경험이 있긴 하다.  2017년 7월 오사카 츠텐카쿠 앞.  비즈니스 호텔에서만 자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한 방에 8명씩 함께 자는 다인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잠귀가 예민해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도 잠을 설치게 되고, 술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려서 솔직히 불편할 거 같아서 자신이 없다.   


궁금했다.  어떤 곳인지, 잘 것도 아닌데 구경은 가보고 싶다. 딱 이런 상황이다.  뭔가 신기하고 재미있을 거 같아서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그런 걸 또 불편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내가 있다. 츠텐카쿠 옆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잠깐 고민했다.  그렇지만 궁금하기에 내속에 있는 호기심 친구를 불러냈다.  이 친구가 세게 나와야 감성적이고 소녀소녀 한 친구가 큰 소리를 못 내게 된다.   


우습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내 감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경험을 기록을 해두고 자주 들쳐보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을 하는가의 패턴을 분석해보자.  이런 기록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만 알아도 마음고생하는 게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끄럽고 어색하지만 나의 찌질한 기록이 그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믿으며 기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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