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누수, 4명의 심리

각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아파트에 살면 층간소음, 누수 문제로 다툼이 있기도 한다. 별 탈 없이 살아왔는데 4월 들어 윗집 누수로 인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전등이 파손되는 일이 생겼다. 뭐, 그럴 수 있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다 보니 이웃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에 우리 집도 예외가 될 순 없다. 누수가 일어난 지난 2주간에 느꼈던 마음의 변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다.


예전에는 뭔가 의미 있는 글을 써야만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의미 좋아하는 아이디얼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문득 평범한 생활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벤트를 대하는 각자의 마음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그 현상을 관찰해보니, 슬쩍 짜증이 났던 부분이 가라앉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나만의 특성인 듯싶다.


4명의 마음이 있다. 비처럼 뚝뚝 물이 4일간 흘러내리는 걸 바라보면서 나(A)는 그동안 쌓인 물이 빠지기에는 물의 양이 너무 많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것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상황 파악이 안 되고 문제가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옆지기(B) 문제를 파악하기 전에 답을 먼저 정한다. 어찌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어 보인다.



“ 고인물이 다 빠지고 있는 거야. 줄줄줄 잘 빠진다. “


윗집에 사는 C. 세입자도 고생이다. 4월 날씨가 꽤쌀쌀한데 냉방에서 견뎌야 한다. 배관공사가 한 달정도 걸리기에 이사할 집을 찾는다고 한다. 누수 문제에 대해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방관자적 입장을 유지한다. 한 달 뒤 이사 가면 그만이니까. 똥 밟았다 생각하는 듯.


윗집 집주인 D. 한 번의 전화, 두 번의 문자를 보낸다. 상황 확인을 해달라고 했는데도 회신이 없다. 사실 제일 궁금한 건 D의 성향이다. 에이젼트 성향이라면, 일처리를 깔끔하게 순식간에 진행했을 것이다. 아이디얼리스트라면 역시 툭툭 쳐내면서 빠르게 실행했을 것이다. 휴먼이라면? 바로 전화가 와서 으쌰 으쌰 하는 말부터 먼저 했을 것이다.


그럼 남은 타입은? 리얼과 로맨. 음. 리얼이라면? 전셋집 공사비용과 아랫집 천장 비용까지 생각하며 금전적 손해를 생각할 것 같다. 싸게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마지막 타입은 로맨. 고민을 하는 건가?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할지 판단을 주저하고 있는 걸까? 로맨의 감정적인 성향은 사랑스럽고, 애교가 있어 좋아한다. 다만, 일처리에 있어서는 내 성향인 아이디얼과 많이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똑같은 이벤트를 두고 현재 4명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생각한다.


어제 윗집 주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이런 문자를 받으면 각 성향별로 어떤 느낌을 가질까? 아이디얼 성향의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색일까? 궁금하다.




xx 아파트 xx 호입니다.

천장누수 상황에 추가 문제가 발생해서 설명을 드립니다. 4월 3일(금) 천장누수가 발생한 후, 4일 후 4월 7일(화)에 xx 호 밸브 공사 후, 추가 누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천장 20cm 정도가 뚫려있는 상태로, 그 구멍을 통해서 곰팡이 냄새 같은 게 계속 나고 있고, 4일간 누수가 진행돼서 전등을 지탱하는 천장이 약한 상태입니다.


전등은 물 먹은 상태로 결국 4.12(일) 전등의 한쪽 램프 쪽에서 스파크 소리가 나며, 점멸이 되어 겁나서 전등 한쪽을 껐습니다. 4.13(월) 오전 관리실 전기기사분이 방문, 천장 누수로 인해 전등이 불안정한 상태라 판단, 수리 또는 필요시 교체가 필요한 상태로 확인해주셨습니다.


누수로 천장 석고보드가 손상돼서 천장이 내려왔고, 힘을 못 받고 일부 파손, 내측은 곰팡이가 생겼거나, 앞으로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에 교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천장 일부 석고보드 교체 및 천장 도배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xx 호 배관공 사후, 누수 문제를 제거 뒤에 전등 전기공사, 석고보드, 도배가 일괄 진행되는 게 가장 퍼펙트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전에 한쪽만 남은 전등이 파손되면 불가피하게 전등 수리를 선행할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이 경우는 선 시공 후 영수증으로 비용 청구를 드려도 될는지요?


업체 선정이 되어있으시면, 담당 업체 직원을 보내셔 저희 집 상태를 점검하여 수리 및 교체 여부를 판단하셔도 좋습니다. 날짜를 먼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누수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이슈이기에 일정을 확인해주시면, 불편함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희도 덜 답답하니까요..

긴 글이지만, 저희의 입장을 솔직히 담아서 보내드립니다.




생활 속의 소소한 이야기를 쓰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문득 아이폰에 남아있는 문자메시지를 보면서 이런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란 근사해야 되고, 멋져야 된다는 통념 속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 아이디얼 성향에 매뉴얼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자유로운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래야 된다.’라는 통념에 갇혀있는 경우를 사례분석 세미나에서 많이 들었다.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잊고 싶었던 흑역사라 생각했던 기억들도 심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내 나름의 글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목요일 윗집 주인과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각자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관찰할 생각이다.

흥미로운 이슈다.




https://youtu.be/KOnU1u8N-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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