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놓으면, 언젠가 글이 된다.

“ 작가가 뭐라고 생각하니? “

“ 만드는 사람이잖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

“ 작가를 사전에서 찾으면 이렇게 나와 “


작가: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창작은 뭔지 알아? “


창작: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냄


“ 봐봐, 결국 작가의 에센스는 작품을 독창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야, 이 얘기는 뭐냐 하면 남들과는 다른 너만의 독창성으로 글을 써낼 수 있다는 거야. 기존의 틀에 스스로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 와, 진짜. 괜찮다. 니 얘기 듣고 보니까, 뭔가 희미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거 같네. 간만에 쌩유 “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될지 몰라서 다른 사람들의 첫 문장을 읽어본다. 괜히 마음만 더 복잡하고 편치 않다.

자, 생각을 싹 지우자. 글은 이렇게 써야 돼 하는 통념에서 벗어나자. 내 속에 담겨있는 생각을 끄집어 올리는데 치중하자. 일단 끌어올리기만 하면 어떻게든 만들어 갈 수 있다. 깜냥이 될 때까지 수련하다 보면 언젠가는 초고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뭐라도 쓰자, 일단

멋진 문장을 쓰려고 하는 순간 생각이 경직된다. 마음속 깊이 켯켯히 쌓여있는 글을 캐내듯이,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습관적으로 써보자.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책상에서 쓰기보다는 창고 한 귀퉁이나 선반 옆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짬짬이 서서 메모하듯이 쓰고 있다. 마음 잡고 앉아서 쓰는 것보다 초고를 쓸 때 부담감이 적은 듯싶다.


지난여름에 다녀온 파리의 12일간의 초고를 이제야 다듬고 있다.


잘했다.


잘 썼다가 아니라, 진짜 쓰길 잘했다. 지금 쓰라고 하면 쓸 수 없는 글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 그 장소, 그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리얼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녀온 장소나 먹었던 음식은 구글 포토에 정확한 날짜와 장소별로 저장되어 있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록을 해두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뭐라도 써 놓으니까 이렇게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했다.


무언가 써놓아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리 뇌는 일단 시동이 걸리며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와 같다. 뭔가를 시작해야 비로소 해당 부위가 활성화된다. 그 일에 더 열중할 수 있는 의욕을 만들어 낸다. 독일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이 이름 붙인 ‘작동 흥분 이론’이다. 만약 글을 써야 한다면 제목이라도 써놓자. 뇌를 작동시키지도 않고 계속 미루면 끝내 못 쓴다. p 232


파리 여행기를 어떤 식으로든 묶어 내고 싶은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막했다. 12일간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내 속에 있고, 그곳에서 쓴 초고가 있음에도 막상 글을 마주 대하면 또다시 막막해졌다. 브런치 북으로 묶어내기 위해서 1일 차 원고를 출력해서 퇴고를 시작한다.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좋고, 연필깎이 구멍에 뭉둥그려진 노란색 연필을 집어넣고 손잡이를 돌린다.


“ 슥슥슥 “


연필심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가 깎여나가는 그 느낌과 소리가 좋아서 글을 쓰고, 수정한다. 1일 차 여행기를 연필로 체크하며 수정한다. 옆지기에게 읽어보라 건네주니 재미없다 한다. 음. 솔직히 나도 재미없다. 주변에 통 관심이 없고, 모든 초점에 나에게 몰려있다. 아이디얼-컬처 타입의 프로파일은 지가 좋아하고 빠져있는 것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주위 사람에게는 자폐적인 성향으로 보일 수도 있다. 또한 글 쓰는 압력이 너무 높아서 글이 어둡고, 주변과 소통하는 전달력이 약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

책꽂이 꽂힌 책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시나리오집. #박봉곤가출사건 1996년

벌써 20년 전, 영화사 면접 보러 갔다가 건네받은 시나리오. 당시에는 재미없게 느껴졌던 시나리오인데, 지금 읽어보니 흥미롭다. 안성기, 심혜진 씨가 출연했던 작품으로 이 영화를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 시나리오라….’



소설가가 되려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는 기존의 노하우에 미혹되서는 안 된다. 여하튼 자기 작품을 쓰면 된다. 기법이야 아무렴 어떠냐.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 어쨌든 쓴다’라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칙칙하고 추상적인 내 여행기는 결국 내 머릿속의 상황이다.


말하듯이, 대화하듯이 풀어내면 되잖아


야구공이 베트 중앙에 제대로 맞으면 경쾌한 진동이 짜릿하다. 말하듯, 대화로 풀어가보자.


지난 1년간 글쓰기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100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보기도 했다. 글이 늘지는 않았지만, 나도 글을 쓸 수 있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블로그에 하루 하나씩이라도 글을 올리지 않으면 불안하다. 쓸거리가 생각나지 않아도 초조하다…….. 또한 한 줄을 적어 놓으면 그것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고 완성하려고 한다. 그런 강박 덕분에 매일 글을 쓴다.

<강원국의 글쓰기> p 233


기계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나를 살아있게 하는 생산적 글쓰기는 무엇일까?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나를 가장 잘 드러나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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