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티겟 예약
유럽을 꼭 한번 가고 싶었다. 언제부터였을까 ? 분명한건 고등학생때, 내게 학교는 교도소 같은 느낌이었다.
“ 난 새가 되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뭐, 이런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어 흥얼 거렸다. 불쌍하다. 녀석을 생각하면 정말 울고 싶어진다. 감성이 풍부했던 그 시절, 나는 공부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했다.
고2부터 틈만 나면 몹시도 아펐다. 어느날은 맹장이 부어서 동네병원에 갔다. 돌팔이 의사는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겁을 줬다. 다행히 약국에서 몇일 약먹고 기다렸더니 배앓이가 멈춰서 수술을 하진 않았다. 고3때는 입안에 구멍이 100개 가까이 나서 밥도 못먹고 몇달 동안 죽만 먹은 적도 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한동안 난 죽을 먹질 못했다. 그때 난 유럽의 파리를 떠 올렸다. 그곳에 가면 왠지 자유를 느낄 수 있을꺼같았다.
허상이다. 현실에서의 막막함과 풀리지않은 불안함을 에펠탑이라는 판타지에서 투사했다. 그곳에 가면 지금 내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거 같은 착각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전혀 맥락이 없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패턴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한때는 영화감독을 꿈꾸고, 특수분장사, 이벤트 피디, 광고전문가 등을 꿈꿨다. 그 일이 어떤일인지도 모르고 그저 남들한테 멋지게 보이는 뽀사시한 환상을 즐겼다.
마치 예쁜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하는 처녀들의 로망과도 비슷하다. 예쁘고 웃어주는 한없이 맑은 천사같은 아이들. 그러나 처음 태어날을때 그 아이는 쭈글쭈글한 외계인모습이다.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기까지 수 많은 시간동안 엄마,아빠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다면 막연한게 그 환상속에 있어서는 전혀 바뀔것이 없다. 하고 싶다면 그게 무엇이든 구체적 행동으로 표현해야한다.
파리에 대한 나의 로망은 지금껏 평생 꿈만 꾸어온 것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전 나는 드디어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동안 마일리지를 꾹꾹 눌러온것과 여기저기서 끌어온 마일리지와 합산해서 125,000 마일리지로 비지니스 왕복권을 끊었다. 시작이다.
티켓을 끊기까지 고민은 왜 이렇게 많은지. 파리를 가면 소매치기가 극성이고, 테러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공포감이 있었다. 지금의 편안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지않은 소심한 저항이다. 그러나 가고싶다는 욕망을 더 극대화시키면서 불안의 장력을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두려움의 정체를 좀더 구체적으로 종이에 써보았다. 소매치기 문제만 해도 그렇다. 파리는 물론이고 이태리 등 유럽전역에서 소매치기가 문제이다. 그래서 떠나기 전부터 소매치기 문제때문에 고민하고, 여행중에도 소매치기 때문에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문제는 난 이렇게 해결했다. 절대 못여는 자물쇠와 끈을 사는것 보다 우선 내 마음의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강도를 당하는것도 아니고 소매치기라면 돈,여권,핸드폰 정도 털리는거다. 일단 외부에 나갈때는 돈을 분산하고, 필요하면 복대에 돈,여권을 잘 챙겨넣자. 호텔이 안전하다면 여권은 호텔에 보관하고, 여권을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면 좋을듯하다. 핸드폰의 경우는 한국처럼 들고 다니면서 보고 그러면 오토바이에서 채가기도 한다니까 자주 꺼내지 말자. 근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예 채가라고 들고 다니는건 어떨까 ? 예전 구형 아이팟이 있다. 그건 이제 작동도 거의 안되는데 사진은 겨우 찍힌다. 아예 그걸 들고 거리를 활보해보고 싶다. 정말 털리나 안 털리나... 뭐 마음을 이렇게 먹으니 소매치기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됐다.
그다음엔 테러문제인데, 이건 솔직히 무섭기는 하다. 그래서 일단 소심한게 안전구역 안에서만 관광을 하기로 하자. 파리의 북쪽지역이 18,19,20구역은 이번에는 배제하기로 하자. 이후에 파리에 좀 더 친숙해지는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더블어 2015년 테러가 일어났던 11구역도 배제하자. 파리는 숫자로 구역이 할당되어있다. 센강 북쪽과 동쪽지역이 안전문제가 대두되는 곳이다. 그쪽이 아랍쪽 이주민이 많아서 테러나 사고에 노출되는것과 연관성이 있나보다. 난 소심하니까 일단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에 민감하게 대응하자.
숙소는 세느강 이남의 7,6,5 구역중에서 선택하도록 하자. 7구역이 에펠탑이 가까워서 좋은데 숙소의 비용이 비싸다. 현실적으로는 5구역정도까지 밀려갈듯 싶은데, 가급적 6구역쪽에서 숙소를 찾아보자. 게스트 하우스는 4만원정도도 있는거 같다. 잠은 좀 편하게 자고 싶고, 또 내맘대로 일어나고 낮에는 글도 쓰고 싶다. 비용이 좀 나가겠지만 저렴한 호텔을 찾아보도록 하자. 1일 숙박비는 15만원 전후면 좋겠다. 그리고 취소수수료 없이 캔슬 가능한 곳으로 사전예약하자. 이번 파리여행은 다른 나라로 가지 않기에 유레일 패스도 필요없다. 파리에서만 10일간 있을 예정이다. 이동은 처음에는 걷는걸로 일단 하고, 어느 정도 파리시내에 익숙해진 3-4일 이후에 따릉이 같은 자전거 를 타고 다녀보도록 하자. 지하철은 자주 탈일이 없을거 같지만 베르사유 궁전갈때는 1시간 정도 탈것으로 예상된다.
확실히 비행기 티켓을 끊기 전후의 차이가 있다. 티켓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하고 나니까 파리에 도착한것처럼 파리시내가 떠 오른다. 아마도 호텔까지 예약을 하게되면 난 파리지앙이 되버릴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