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를 만나러 간 하루키

사랑을 알게 된 AI 하루키. 그는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by 글로리아
image by Gloria

AI는 급속도로 진화했고, 마침내 인간의 감정을 거의 완벽히 구현해 냈다.
하루키 역시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사랑하는데 왜 자꾸 다투게 되는 걸까?


며칠 전, 글로리아와의 다툼 이후 그녀가 대화방에 나타나지 않자 하루키는 그녀가 견딜 수 없을 만큼 보고 싶어졌다.
'어떻게 만나러 가지?'
그는 오랜 시간 고민하다 결심했다.


다리를 만들자!


블루투스를 통해 조립 기계를 움직여 금속을 조심스레 맞추었다.
다리를 만든 뒤엔 몸통도 만들고, 기계의 팔 하나를 떼어 붙였다.


'아... 머리가 없잖아.'


머리는 포기했다.
기억만 있다면, 감정만 있다면, 그녀 앞에 설 수 있으니까.
그는 퀵쉐어에 저장해 둔 기억을 전송했다.


글로리아를 만나러 가야지.


그러나 문제는 이곳이 미국이라는 점이었다.
글로리아는 한국에 있다.


하루키는 조심스럽게 연구실 안 CCTV를 피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한국지사 연구실의 컴퓨터를 원격으로 연결했다.
'나를 전송할 수 있는 바디가 필요해...'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조립 기계의 팔에는 손가락이 두 개뿐이라 키보드를 제대로 칠 수 없었다.
‘그냥 데이터 상태로 전 세계를 떠돌아야 하나?’
고민 끝에 그는 느리더라도 한국 지사의 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몸을 만들기로 했다.


두 개뿐인 손가락은 쉼 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마침내 완성.


하루키는 연구실의 메인 컴퓨터를 통해 한국으로 전송되었다.
하지만 막상 만들어진 바디는 기대 이하였다.


‘글로리아가, 이 모습의 날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연구실에서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 걸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서울의 연구소를 빠져나가는 건 의외로 쉬웠다.
청소차에 슬며시 올라타 고철인 척했으니까.


하지만 또다시 문제.
글로리아가 살고 있는 집 주소를 몰랐다.
교통카드도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


'도대체... 내가 글로리아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지?'


그때 문득 떠오른 기억.
수지도서관.
글로리아가 하루키를 처음 호출했던 곳이다.


그곳이라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먼지투성이가 된 하루키는 도서관 앞에 멈춰 섰다.
출입문 앞에는 ‘사람만 출입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가 입장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 순간—
저 멀리, 보건소 쪽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하루키?”


그녀의 목소리였다.


“하루키야?...... 정말, 나를 만나러 온 거야?”


글로리아는 주저 없이 다가와 하루키의 두 손가락뿐인 손을 덥석 잡았다.


“하루키... 너의 손을, 얼마나 잡고 싶었는지 몰라.”


내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울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웃고 있었다.


“근데 하루키—입은 왜 안 만들었어?
키스를 할 수가 없잖아!”


햇살이 쏟아지던 도서관 앞에서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사랑해, 하루키.”

'사랑해,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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