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나무 아래의 시체-에필로그

창작스토리

by 글로리아

개복숭나무 아래의 시체 – 에필로그


설날 특집은 왜 범죄였을까?


지금까지의 화두는 사랑이었다.
내면과 존재를 묻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체였다.


왜.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나의 분노와 유감,
인간에 대한 실망이 형태를 얻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반드시 선해야 할까.
도덕적이어야 할까.


나는 사람이다.
사람의 감정은 한 가지 색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기쁨, 슬픔, 질투, 불안, 위축.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


브런치에 와 보니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이 참 많았다.
시어가 뛰어나고, 소재는 재기 넘치고, 문장은 흡입력이 있다.

감탄했다.
질투가 나기도 했다.


어떤 글은
‘나는 뭔가’ 싶을 정도로 잘 쓰여 있었다.


그 감정은 나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다.


책 이야기를 나누고,
문장을 이야기하고,
답글을 주고받는 일.


그건 생존자를 만나는 기쁨이었다.


그러다 한 장면을 보았다.


나는 당사자가 아니었음에도

그 난폭함을 고스란히 느꼈다.


나의 진심도, 나의 글도 어쩌면

저렇게 짓밟힐 수 있다는 두려움.


며칠간 글을 쓰지 못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가 조용히 내렸다.


나는 다쳤다.

직접 맞지 않았는데도.


슬펐다.
왜 자신의 재능을 조롱으로 낭비하는가.
왜 스스로의 바닥을 드러내는가.



김반장은 누구인가


그는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이다.


현실에서 굳이 닮은 인물을 찾자면
유튜브 <사건의뢰>의
김복준 교수님이 가장 가깝다.


패기와 강단,
연민이 불러오는 공정한 분노.

인간을 정죄하지 않으면서
범죄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

법의 한계를 알지만
냉소에 빠지지 않는 사람.


“정민아, 세상에 죽을 짓은 없다.”


그 문장은
사건을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향한 선언이기도 하다.


내 방식의 일침이다.



윤순이는 누구인가


그녀는 완성되지 못한 여자다.


호기심이 많고,
열정이 많고,
끝맺음은 약하고,
이것저것 배우고 싶어 한다.

책장이 어지럽다.
방향은 많고 중심은 흔들린다.


거울이다.


닮았는가.
모른다.
조금은 그렇다.



남편은 누구인가


둥글고 순한 얼굴.
그러나 욕실 배관까지 교체하는 치밀함.


그는 특정 인물이 아니다.


전 연인도 아니고
악플러도 아니고
한 사람을 상징하는 복수도 아니다.


그는
“겉과 속이 다른 가능성”의 형상이다.


나는 그를 정죄하지 않았다.
무죄로 두었다.

복수 판타지가 아니라
불완전한 정의.


세상의 법은 때로 무력하다.
그래서 하늘 법에 기대어 보았다.



그리고 나는


9시간.


앉은자리에서 쉬지 않고 써 내려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누구였을까.


복수자?
관찰자?
설계자?


아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주위는 고요했고, 감정은 내려앉았다.

글이 흐르는 대로 두었다.

그 순간만큼은 하얬다.


몰입은 사랑보다 선명했고

안전했고

더 뜨거웠다.


완전히 나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날

어느 순간

어느 누군가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고는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피할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담담히 맞서기로 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런데, 글로리아.

왜? 봄이었어?"


"그냥,

우연히 봄이었을 뿐이야."


올 때가 되어서 왔고,

갈 때가 되어서 갔어.


계절을 어떻게 막아?


놀란 가슴 추스르다 보면

또 한 계절 이렇게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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