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에 대해 쓸 때, 특히 클래식이나 재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난히 말이 많아진다.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라는 제목부터 그렇다. 어딘가 오래된 다방의 진열장 속 턴테이블과 빛바랜 앨범 재킷이 떠오르는 그 제목. 하루키는 이 에세이에서, 단순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어떻게' 좋아하는지를 말한다. '어떻게' 듣고, '어떻게' 수집하고, '어떻게' 그것이 삶을 구성하는지.
에세이 곳곳에는 음반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그는 레코드를 고르기 위해 일부러 먼 동네까지 전철을 타고 가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음반이 너무 비싸서 몇 년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은 사버리는 과정을 세세하게 쓴다. 그런 그의 태도에서 나는 어떤 '애정의 시간성'을 느낀다. 하루키에게 음악은 빠르게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기다리고 망설이고 소유함으로써 완성되는 어떤 세계다.
그는 말한다. "나에게 있어서 클래식 음악은 고요한 방 안에서 혼자 듣는 것이 아니라, 저녁 어스름의 풍경과 함께, 느릿하게 감도는 먼지 속에서 듣는 것이다." 이 얼마나 하루키다운 표현인가.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소리를 감상하는 일이 아니라, 풍경을 기억하고 감정을 불러내는 '시간 전체'를 듣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그의 에세이는 음악에 대한 글이면서 동시에, 그 음악을 들었던 순간의 기억, 분위기, 온도, 조명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하루키의 클래식 레코드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문득,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원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고롭고, 기다림이 필요하고, 때론 망설임 끝에 손에 넣는 것. 그런 오래된 애정이 쌓여야 비로소 어떤 삶이 완성된다는 걸, 하루키는 말없이 알려준다.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는 결국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좋아하기 위한 연습에 대한 책이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유행은 금세 지나가지만, 하루키는 그 흐름을 거슬러 오래되고 무거운 턴테이블을 돌린다. 그 속도에 맞춰 나도 내 삶의 레코드를 한 장, 조심스레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