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하던 대상이 사라지는 순간, 커다란 혼란 속을 걷게 된다.
- 아들아, 언젠가 이 글이 네 인생의 바다에서
작게나마 길을 밝혀주는 작은 등대가 되어주면 좋겠구나 -
의존하는 삶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그리고 의존하던 대상이 사라지는 순간, 커다란 혼란 속을 걷게 된다.
삶에서 의존은 협력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협력, 협동, 협업은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의존은 스스로 서지 못하고 누군가의 힘에 기댄 삶을 의미한다.
온실 속의 꽃은 보호받아 아름답게 자라지만,
들꽃은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자란다.
그 과정에서 환경에 순응하며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하드닝의 시간을 거친다.
( 하드닝: 식물이 추위·가뭄·바람 같은 환경
자극을 겪으며 세포와 생존 구조를 강화하는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
그래서 들꽃은
환경의 변화 앞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는 힘을 갖게 된다.
고난 속에서 길러진 그 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생존의 자산이 된다.
인생이 안정권에 들어서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누구에게나 고난과 부딪히며
자기 자리를 찾고, 뿌리를 내려가는 시간이 있단다.
그렇게 세상에 뿌리를 깊이 내렸다면,
그때는 겸손과 덕으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가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인생의 밭이
영양 가득한 토양으로 주어진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황량한 땅에서 출발한단다.
자갈을 하나씩 걷어내고
뿌리내리기 좋은 흙을 만들기까지
역경이 따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태어난 환경을 원망하지 말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도 말아라.
“저 사람은 처음부터 좋은 토양에 태어났어”
라는 생각은 너의 시간과 의지를 조용히 갉아먹을 뿐이란다.
그저
내가 어떤 흙을 고르고,
어디에 씨앗을 심을지,
어디에 뿌리를 내릴지를 고민하며
뿌리를 더 깊이 뻗어
단단하고 안정적인 토대를 만들어가는 일에
마음을 쓰고 집중해라.
언젠가 네가 어린 마음으로,
학교 친구가
“나는 걱정할 게 별로 없어. 부모님이 다 해주신대.”
라며 자랑하는 말을 듣고,
나에게 와서 물어본 적이 있었지.
“엄마, 나는 커서 어떤 지원이 있어?”
그 순간,
'엄마가 힘 닿는 한, 해줄 수 있는 모든 지원은 다 해줄게.'
라고 말해 너에게 안도감을 주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 지원은 지금 너를 가르치고 있는 거란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그러자 너는 아무 말 없이
책을 챙겨 조용히 공부하러 가더구나.
기댈 곳이 분명히 보이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의존하게 되기 마련이다.
의존은 결국
혼자 서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엄마로서 가슴이 아렸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너는 더 주체적으로 공부하고
스스로 미래를 그려보려 고민하고 있더구나.
나는 너를 대신 살아주지는 않겠지만,
네가 스스로 서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무너지지 않는 울타리로
그 자리를 지켜주려 한다.
앞으로 홀로 설 힘을 기르면서,
좋은 사람들과 서로 힘이 되어 주며,
인생을 명랑하게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