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기술

칼자루를 내어주지 않는다는 것

by 김하루



아들아, 언젠가 이 글이 네 인생의 바다에서

작게나마 길을 밝혀주는 작은 등대가 되어주면 좋겠구나.




내 중심을 지키는 관계의 기술


내 칼자루는 결국 내가 쥐고 있어야 한다.

망나니에게 칼을 건네면 나를 해하고,

검객에게 칼을 맡기면 나를 지켜주다가도

판이 바뀌는 순간,

그 칼끝은 다시 나를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칼자루란

나의 사적인 비밀

나만이 알고 있는 비상자금이나

개인적인 경제력처럼

위기의 순간에도 나를 쓰러지지 않게 붙드는

가장 핵심적인 힘을 말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마냥 좋기만 하다가도

어느 순간 멀어지거나,

때로는 적대적인 얼굴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내 중심이 되는 칼자루만큼은

결코 타인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


아무리 믿고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오히려 그 관계를 오래 지키고 싶다면

나는 그 칼자루를 내어주지 않는다.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기 자신을 남에게 맡기는 것이다.


— 미셸 드 몽테뉴






사람들은 관계에서 솔직해지는 것이

곧 신뢰라고 믿는다.

모든 것을 나누고, 숨김없이 드러낼수록

서로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계는 언제나 같은 얼굴로

머물지 않는다.

아무리 좋았던 사이라도

상황 하나로 멀어질 수 있고,

입장 하나로 적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믿을수록,

오히려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배신은 낯선 사람에게서 오지 않는다.

대개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혹은 이미 얼굴과 이름을 아는

관계 안에서 일어난다.


아무리 모든 것을 벌거숭이처럼

서로를 내어놓았다고 해도

상대가 최악의 상황에 어떤 마음으로

바뀔지는 끝까지 알 수는 없다.


상황이라는 것은 언제든
사람을 다른 선택 앞에 세운다.

각자가 먼저 살아남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다툼이 생기고, 이해는 갈리고,
그 틈에서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금이 간다.


그러니 혹여

나를 지키기 위해
내 삶의 핵심적인 것 몇 가지를
스스로에게 남겨두는 일은
결코 냉정함도, 계산도 아니다.


나만의 칼자루를 내어주지 않았다면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관계가 되더라도

말끔하게, 품위 있게 끝낼 수 있단다.


그러나 내 약점까지 모두 쥐어준 관계에서는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결심 앞에서도

밤마다 잠을 설치고,

혹시나 그것이 흘러나갈까 스스로를 경계하며

억지로 맞추며 끌려가게 되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관계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민낯이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도미노처럼 쓰러지지 않도록,

너만의 칼자루 하나쯤은

끝까지 손에 쥐고 있거라.






예를 들어,
모든 재산을 자식에게 내어준 부모가
그 재산을 지켜내지 못한 자식들로부터
결국 외면당해 텔레비전 속 안타까운

사연으로 등장하는 일들.


모든 것을 걸고 결혼했지만
믿었던 사람이 주도권을 쥔 채
바람을 피우거나 재산을 탕진해도
경제권을 모두 내준 탓에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경우.


사업을 하며 전적으로 신뢰했던

동업인에게 배신당한 끝에
억울함과 분노를 감당하지 못하고
처참한 선택으로 이어진 사건들까지.


“권력을 완전히 넘겨준 관계는
이미 평등하지 않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우리는 흔히
‘우리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사람이 어쩌면 저럴 수 있나”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흘려보낸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모든 것을 경계하라는 뜻은 아니다.

사람을 무작정 의심하라는 말도 아니다.

믿고 어울리고 사랑하되,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내어주거라.


네가 선택한 사람을 믿되,

모든 상황까지는 믿지 말라는 것이다.


아들아,
내 삶의 주도권과 권리만큼은
누군가의 손에 맡기지 말고
끝까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인생을 현명하고 단단하게 살아가렴.




#인간관계 #비밀 #주도권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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