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설레는 크리스마스 당일이었다. 우리 가족은 교회 예배 후 어떤 연휴로 여주 시골의 어느 짜장면 집에 앉아있었다.
낡디낡은 간판이 달린 이곳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특별한 만찬이 펼쳐질만한 곳은 전혀 아니었다. 짜장면 2개와 탕수육 세트를 시킨 아들은 바싹 튀긴 탕수육 한 점을 베어 물며 말했다.
"오~ 여기 옛날 탕수육 맛집이네."
"네가 옛날 맛을 알아?"
내가 묻자 아들이 곧바로 답했다.
"응. 한 6살, 7살쯤? 그때 먹었던 맛이야.
요즘은 찹쌀 탕수니 하면서 이런 맛은 안 난단 말이야."
남편이 신의 혀라고 말하는 아들 맛 평이다.
장사로 지친 나는 온몸의 장기가 쪼그라든 느낌 속에 짬뽕 국물을 입에 떠 넣고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가족모임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곳에서 크리스마스 가족모임을?'
오래된 짜장면 집 방 안에서 신발을 벗고 앉아 식사하던 나는 슬쩍 바로 옆에 앉은 분들을 곁눈질로 훑어봤다. 새색시로 보이는 긴 머리의 젊은 여자가 준비해온 선물을 시어머니께 펼쳐 보이며 설명했다.
"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만든 거예요."
"아이고, 연말 데이트는 안 하고 언제 이런 걸 만들었다노. 이쁘다, 진짜 이뻐."
시어머니 손에는 자른 딸기 사이에 생크림을 얹어
만든 딸기 산타가 보였다.
시어머니의 칭찬에 신이 난 며느리는 준비해온 시댁 식구의 선물 전달식을 이어갔다.
사랑하는 남편 가족들을 한 명 한 명 손꼽아가며 준비한 그녀의 선물 내용을 들으며 식사를 이어가던 나는, 알지도 못하는 그녀의 섬세한 마음이 아름답다 여겨졌다. 이어 나는 고운 젊은 새댁의 사랑이 얼룩지는 일이 없기를 빌었다.
몇 주 전 설교에서 이사야 35장을 만났다. 내가 예전에도 봤던 그 구절들을 읽어 내려가는데 글자들이 이미지로 바뀌어 한 폭의 그림들이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지는 내용과 함께 새로운 이미지들이 팝업 되는데 나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이렇게나 아름답다고?"
전에 이사야서를 읽을 때는 35장이 이런 아름다움을 가졌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내가 광야에 서기 전이 어서 였을까?
풀 한 포기 없는 광활한 황무지를 걷고 또 걸으며
이제는 가나안 입성이 가까워온 게 아닐까 기대해 보지만, 도저히 그때를 알 수 없는 광야의 시간.
나는 고통을 마주하며 주님 곁에 머무는 그 시간에 한참을 서 있었다.
'이제는 다 왔나요?'
'지금은 어디쯤일까요?'
'이곳을 정말 지나야만 하나요?'
마음속의 의문들을 품었지만 나는 십자가를 떨쳐버리지는 않았다. 절대 할 수 없다 떼쓰던 때에도 나를 이끄시는 그분의 손길 때문에 푹푹 발이 빠지는 모래밭 길을 나는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 길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온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이사야 35장을 만난 것이다.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같이 피어 즐거워하며(1절)
그것들이 여호와의 영광 곧 우리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리로다(2절)
눈앞에 펼쳐지는 무성한 녹음은 정말 여호와의 영광이 임한 것 같았다. 그의 아름다움이 내 광야길에서 결국 보게 된다는 말씀에 가슴이 뛰었다.
3절) 너희는 약한 손을 강하게 하며 떨리는 무릎을 굳게 하며
6절) 그때에 저는 자는 사슴같이 뛸 것이며 말 못 하는 자의 혀는 노래하리니 이는 광야에서 물이 솟겠고 사막에서 시내가 흐를 것임이라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광야의 길에서 지치셨다면
이사야서 35장 필사를 권한다.
영영한 희락을 띠고 기쁨과 즐거움을 얻으며
슬픔과 탄식이 사라질 그날이 올 것임을 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