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불난 줄 알았잖아! 지금은 불내며 살고 있지

by 하루만
저렇게 강렬한 석양을 본 적 있으신가요? ​



핸드폰 알림에 '3년 전 오늘'이 떴다.


인제 여행을 갔던 날.
산 위에서 퍼지는
너무나 선명하고도 진한 주황빛에

"어머, 저기 불났나 봐!"
소리를 질러 더랬지.


숙소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픽업하고
돌아가던 길이였는데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 아래에서 보이는
저 불빛은 영락없이 무언가 치솟는 불길 같았다.


불안한 마음으로 산허리를 감아돌며 올라가니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떡하니 걸터앉아 있는 것 아니겠나!



​"여보! 불이 난 게 아니라 석양인가 봐."
"와~ 색이 장난 아니다."
"난 진짜 뭐가 타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하늘은 짙은 남색에서 시작해, 주황과 금빛으로 번져가며 하루의 끝을 불태우고 있었다. 오늘의 남편과 내가 하루하루를 불태우며 살아가듯 말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쥐어짠 하루의 색은 마치 이런 석양빛이 아닐까.



큰 아들은 이때도 깁스를 했군




지금까지 사순절은 너무나도 많이 죄책감과 회개에 지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아닙니다.




사순절은

오히려 하나님의 미래로

발걸음을 내딛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얼마 전 책을 읽다 '하나님의 미래로 발걸음을 내딛는 법'이란 구절을 곱씹게 되었다.

너무 바쁘고 지쳐 사순절을 놓치고 지내는 것 같은 죄책감이 몰려들고 있던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문장이었다.



내가 선 비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주님은 이미 다 알고 계시며,


나는 그저 모든 일의 시기와 방향을
주가 인도하심을 믿고
발을 들었다 놓기만 할 뿐인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 한 발짝을 떼어놓는 것은
오늘도 주께서 우리를 위해
새 창조를 하고 계심을 인정하는 행위가 아닐까?


인제스피디움을 물들인 노을



"인생에서 당신을 이끄는 강렬한 힘을 느낀 적이 있나요?"



죽기 전, 누군가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도착해서 뒤돌아봤더니 거기엔 보이지 않는 강한 이끄심이 항상 있었다는 걸 발견했어요. 어떨 땐 강렬한 석양으로, 어떨 땐 괴로움으로, 때에 따라 깨달음을 얻게 하며 나를 이곳까지 이끄셨어요."


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첫째가 그린 그림



몇 년 전 처음 보는 빛을 따라갔더니
그곳에서 새 하늘을 만났다.
이렇게 강렬하고도 깊은 석양은
난생처음이었다.


내 인생을 바꿀 만큼 크고 붉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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