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심리상담센터를 오픈했다.
"너는 센터 개소할 생각 없어?"
"내가? 감히?"
상담사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상담센터, 개소를 희망한다지만 사실 나는 개소에 뜻이 없었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굉장히 신경쓸 것이 많은 복잡한 일이라고 익히 들었기 때문에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나같이 불안이 높고 소심한 사람이 감히 사업을 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갑자기 근거없는 자신감, 근.자.감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아무나'가 아니지 않을까. 사실은 꽤나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나름 블로그를 오랜시간 운영해봤던 경험자로서 SNS 마케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등등..
사실 센터 개소에 박차를 가하게된 것은 '육아'가 가장 컸다. 상담심리전공으로 박사를 졸업하고, 초빙교수로 임용되어 열심히 일을 하던 중에 급 아기가 생겨버렸다.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 귀하게 찾아온 아이지만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던 중 생긴 터라 감사하면서도 내심 경력이 단절되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경험이 나와 아이에게 굉장히 귀중한 경험인 것을 알기에 1년 정도는 엄마로서 충실히 살아내야지 다짐했다. 그렇게 1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에 다시 일을 구해보려 했지만 육아와 일을 함께 병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남에게 피해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상황 때문에 책임을 다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두려웠다. 이럴 바에 내가 사업장을 내자! 그맘때쯤 급 생겨난 근자감으로 부동산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언젠가 개소를 하게되면 '용산에 심리상담센터를 차려야지' 생각했는데 용산 부동산의 벽은 사회초년생인 나에게는 높고도 높았다. 아기가 잠에들면 네이버 부동산, 호갱노노, 피노키오, 직방 등등의 매물을 보며 용산 부동산 가격에 매번 좌절감을 맛봐야했다. 간혹 저렴한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 아기띠로 아기를 들쳐업고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막상 가보면 가격이 싼 이유가 있었다. 부동산은 가격이 다 반영이 되어 있다는데 정말 그랬다. 역시 센터 개소는 무리인가 좌절하면서도 내 마음 가운데 계속 '하고싶다'는 WANT가 있었던 것인지 1주에 한 번씩은 꾸준히 매물을 보러 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3달 정도 부동산을 알아보다가 지금의 사무실을 발견했고, 발견한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얼레벌레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심리상담센터 오픈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시작한 이후로 사업은 정말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고, 나는 정말 '아무나'였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그런들 이제와서 어찌할까. 계약금도 넣었고 이미 시작되었는걸. 망하더라도 값비싼 경험을 샀다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어어어엄청 비싼 경험이겠지.. 혹시 망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개소할지도 모를 미래의 나를 위해.. 심리상담센터 오픈을 고민하는 누군가를 위해 기록을 남겨놓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