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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위로 Jul 31. 2024

내가 정신병에 걸린 걸까?

상담관련 Q&A

은밀한 대화


"이거는 비밀인데 혹시 상담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해?"

내가 상담쪽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아는 지인들이 어렵사리 말을 걸어온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상담 관련 질문을 받곤 하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많은 사람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그 곳으로 가는 발걸음은 무겁게만 느껴진다.


'내가 정신병에 걸린 걸까.',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약물치료나 상담만으로 좋아지는 걸까', '기록이 남아서 나중에 불리한 일이 생기면 어쩌지?'


수만 가지의 불안한 생각과 두려움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이내 도움 구하기를 포기해버리고 만다. 귀찮다는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자위하면서 점점 상황을 악화시키고 만다.


마음의 병은 죄가 아니다


'내가 요즘 기도가 많이 부족했어', '나한테 믿음이 없는 것 같아', 

'항상 기뻐하라고 하셨는데 나는 왜 이렇게 마음에 슬픔이 가득한 걸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기독교인의 경우 자신의 마음의 병을 죄책감과 연결지어 생각하기 더 쉬운 것 같다. 마음의 병에 걸렸을 때 가장 큰 특징은 사고가 편협해진다는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이라는 것이 하나로 귀결된다. 대체로 그 생각이란 부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향한다. 기독교인으로서 모두가 가지고 있는 신념, 즉, '나는 죄인이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자책과 자기 비난의 모습으로 결부되곤 한다.


우리는 모두가 죄인이다. 이것은 팩트(FACT)이다. 그러나 여기서 포인트는 '죄인' 그 자체가 아니라,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구원하여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원치 않으신다.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사랑한다는 말로 하나님을 감동시킬 수 있기를 기도한다.


정신건강의학과 VS 심리상담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을 받는 곳, 약물 처방 가능. 

                      (병원에서도 상담은 가능하나 병원마다 다르며, 상담시간도 다를 수 있으니 확인을 요함)

심리상담센터: 상담을 받는 곳, 약물 처방 불가능.


조금 더 실제적인 이야기, 은밀한 대화에서 나의 지인들이 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만약 '내가 마음의 병에 걸렸다'라고 한다면 내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은 크게 정신건강의학과라 불리는 병원과 심리상담센터이다. 추려서 '병원'이라 칭하겠다. 병원과 상담센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약물치료의 여부이다. 마음의 질병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심각성의 정도도 각기 다르다. 그중에는 약물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심리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겠지만 만약 내가 약물 복용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약물 복용보다는 이야기를 터놓을 곳이 필요하다거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상담센터를 찾는 것이 좋다. 물론, 어디를 가더라도 상담이 필요하다면 상담권유를, 약물이 필요한 경우엔 약물 복용을 권유할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상담의 비용과 기간 


상담센터마다 추구하는 방향이나 사정에 따라 진행되는 형태나 비용, 시간은 각기 다르다. 상담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진행되며, 1회기당 50~90분간 진행된다.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의 특수치료 형태도 있지만 보통 성인의 경우에는 말로 하는 상담이 대다수이다. 단기상담은 평균 10~20회기로 진행되며 장기상담은 몇 년씩 진행되기도 한다. 비용은 평균적으로 1회기 8~15만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간혹 상담을 하다보면 좀 더 빨리,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분들이 있다. 단기상담에 적합한 상황에 있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상담은 단회기에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은 좀 더 복잡한 기제로 이루어져 있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했던 수만 가지의 사건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행동했을 것이다. 그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라면 나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할 리 없다. 


상담에서는 중요한 사건들의 에피소드들을 모으고 그 안에서 느꼈던 감정, 생각, 행동들을 탐색하여 공통되는 패턴을 발견한다. 그 안에 무언가 왜곡된 것들이 있으면 교정하는 작업을 하고, 억압되었던 감정을 풀어내는 작업들을 한다. 비밀이 보장되고, 그 모습 그대로 수용되며, 안전함을 느끼는 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큰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다.


기도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맞다. 기도하면 된다. 상담을 깊게 공부하다 보면 결국 답은 하나님에게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믿는 예수님의 모습이 참된 상담자의 모습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인 것 같다. 


기도를 통해 나의 모든 슬픔과 아픔을 꺼내어 놓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경험한다면 그건 최상의 치유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나의 슬픔과 아픔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를 모른다. 누군가는 아주 어렸을 적의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또래 친구들로부터 받은 상처, 그 밖의 여러 가지 환경에서 경험했던 트라우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실제로 발달심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본다면 만 2~3살에 애착이 형성된다고 하는 학자도 있다. 만 2~3살에 일어난 사건을 내가 과연 알 수 있는가?


우리도 알게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부분들이 있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만,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만 보려한다. 자신의 GOOD한 모습과 BAD한 모습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진정으로 수용하고 있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상담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진짜 아픔이 무엇이었는지 발견할 수 있다면 기도의 방향성이 좀 더 정확해질 수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 상담을 받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질문을 해온다해도 상담사를 추천하기란 쉽지 않다. 상담사와 소위 '케미'가 잘 맞아야 하는데 그것은 상담사와 본인이 직접 만났을 때야 비로소 경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쪽 분야에는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은 자격증도 많으므로 주의를 요해야 한다. 요새는 '심리학'의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인터넷 강의만 들으면 자격증이 발급되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서 '심리상담사', '심리치료사' 등등의 비슷한 워딩으로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이것은 마치 기독교의 사이비 같은 느낌.. 


모든 전문자격을 다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몇 가지 신뢰할 수 있는 전문자격을 안내한다.

1. 한국상담심리학회(상담심리사 1급, 상담심리사 2급)

2. 한국상담학회(전문상담사 1급, 전문상담사 2급)

3.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정신보건임상심리사 2급

4. 청소년상담사 1급, 청소년상담사 2급 등등..


1, 2번은 국가 자격증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학력 + 많은 수련과 경력과 자격을 갖춰 전문성을 취득하는 자격증이며, '상담'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담쪽에서 유명한 학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번은 '상담'도 하지만 '심리검사'쪽에 더 특화되어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학력뿐만 아니라 병원 수련을 거쳐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다. 

4번은 여성가족부가 인정하는 국가자격증이다.


<왜 이 자격증은 언급 안하냐 하는 게 있다면 댓글 부탁해요.. 일부러 그런건 아니에요..>




"제가 기도가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요즘 신앙심이 떨어져서 그래요."


내가 만나왔던 수많은 기독교 청년들은 마음의 병을 신앙심 부족 즈음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레 찾아올 수 있다. 우리가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서 걸렸던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외출도 삼가고 마스크도 꼬박꼬박 잘했는데 나는 코로나 3회차 환자였다. (TMI) 


감기도 오래 두면 폐렴으로 가는 것처럼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 심각한 질병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참고 참다가 정말 돌이킬 수 없을 때 상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심리와 관련한 정보를 많이 알려야겠다 생각했다. 


나의 글이 심리상담센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정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알아차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이지 낙인을 찍기 위함은 아니다. 활자만 보고 섣부른 해석을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나에게 해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땐 꼭 정신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여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아보길 권한다.


By. 용산심리상담센터, 하루위로심리상담센터 정두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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