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이 시기가 질투날 만큼 그리울지도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제주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었다.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말들이 있다”는 문장 하나가 가슴에 박혔다. 당시에는 나에게 크게 와닿고, 의미있는 일이더라도 지나고 나면, 글로 옮겨 적기에 쑥스러울 정도로 별 거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고. 그렇다. 특정 시기 느꼈던 주관적인 감정들은, 시간이 흘러 떠올리며 글로 써보려고 추려보면, 이미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결심했다. 별 거가 별 거 아니게 되기 전에, 내가 담을 수 있는 감정들을 기록해야겠다고.
내가 뭘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록하지 않으면 어떤 무거운 생각들도 시간이 지나면 흩날리며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제주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 그 책을 모두 읽으면서 어떤 내용이든 글을 써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슨 이야길 해야 할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다른 누군가들처럼 화려한 성공기나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보다는 한창 방황하며 여러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며 느끼는 괴로움, 희망, 기대, 좌절, 그런 감정 덩어리들이 아닐까?
객관적인 정보나 논리적인 글쓰기는 시간이 지나서 써도 비슷하게 쓸 수야 있지만, 특정 시기에 느끼는 내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생생하게 담아낼 수 없다.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일은 이러한 감정 덩어리들과 시선을 담은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이고 쉬운 방법일 것이라고.
그리고 약 3개월이 흘렀다. 주 1회 글쓰기를 하며 글쓰기를 지속해오며 왔을 때 알게된 것은, 어딘가에 발행하지 않아도 자꾸만 손으로 써내려가게되는 글 대부분은 ‘나’와 ‘나의 삶’, ‘꿈’, ‘도전’에 대한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계속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나는 아마도 그 과정을 글로 써내려가고 싶은 것 같다.
지난 번, ‘뜬금없는 인터뷰’를 통해 알게되었던 ‘무언가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는지’를 아는 방법은 바로, 내가 그 일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었는데, 그 말을 계속 곱씹으며 생각해봤다. 나는 어떤 형태로든 내 생각, 이야기, 취향, 감상을 가까운 지인들이나 세상에 공유하고 싶어해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싶은 대부분의 일들도 그런 것들과 비슷하다. 글을 쓰고, 내 목소리를 담는 것, 시선을 담아내는 것.
주마다, 아니 하루마다 생각이 수시로 바뀌고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고, 깨닫는 요즘, 다시 한 번, 이 때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내가 처해있는 환경과 나의 일상들은 보편적인 상태는 아니다. 전공으로 하던 심리학도, 디자인도 아닌 개발자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하나씩 도전해보고,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용기내어 해보고 있다.
시간을 많이 써왔던 것, 또 다른 시선에서 보면 내가 대학생때부터 꾸준히 해오던 것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은 학습하고, 도전하고, 배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런 과정들을 써나갈 수 있지 않을까?
퇴사 후 약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 방황기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어쩌면 단순히 내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서,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이 글을 통해 누군가가 공감하고, 위로를 얻거나 용기를 얻고, 두려움을 극복하기도, 개인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걸 바라며 글을, 콘텐츠를, 무엇이든 만들어보고 싶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같이 삶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일 것이고, 그 사람들을 통해 나도 세상을 더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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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기를 '신이 주신 휴식기'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드라마 <롱 배케이션>에서 말하는 뭘 해도 안되는 시기.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자책감이 들 수 있는 시기를 오히려 신이 주신 휴식기라고 생각한다면 이 크고 작은 방황조차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아침 새벽, 잠들기 전 창으로 들어오는 푸른 빛 커튼을 잡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먼 미래 언젠가, 지금은 새까맣게 모르고, 하루하루 불안하더라도, 그 때가 되면 지금의 내가 반짝 빛나고 있다고 알겠지. 그렇게 막연하게 찾아온 생각에, 이런 하루들을 갑자기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소중한 하루 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