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운 끈기에 대해서
최근,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할지 혹은 그만둬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물론 그런 시기라고 느꼈을 때, 이미 마음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현재 상황을 정리하고, 미래를 고민해보고 싶었다.
며칠 후, 구독하던 No Stupid Question’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내가 고민하던 주제와 정확히 일치하는 제목의 콘텐츠가 업데이트되었다. "How do you know when it’s time to quit?"
이 팟캐스트는 인생에서 한 번쯤 고민해 볼 만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에서 나누지 않는 주제들을 주로 다루는데, 그 주제로 ‘언제 그만둬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나’라면,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내심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이 팟캐스트의 호스트 중 한 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기 계발서 “GRIT”의 저자 엔젤라 더크워스다. 끈기를 강조하는 GRIT의 저자가 언제 그만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니, 궁금했다.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 생각보다 사람은 살면서, 계속할지, 그만할지 이 두 가지의 선택과 결정을 여러 번 내리게 된다. 인생에서 크게 다가올 문제로는 연애를 계속할지, 그만둘지(혹은 결혼을 할지), 회사를 계속 다닐지 퇴사를 할지.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할지, 팀을 나갈지...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더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시시때때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지, 지금 있는 카페에 더 앉아있을지, 일어나서 집으로 갈지, 쇼핑 중 가격비교를 계속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살지, 그냥 장바구니에 있는 제품으로 살지…
나는 이 결정을 잘 못 내리는 사람이라고 예전부터 생각해 왔다. 카페에서 어떤 메뉴를 먹을지 정하는 데에도 한참 걸리고, 무언가를 딱 제 타이밍에 잘라서 끝맺지도 못한다. 물론, 때로는 큰 고민 없이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 같으면 며칠 혹은 몇 달 동안이나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무한루프에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한참 동안 같은 고민에 빠져서 동일한 패턴을 그리며 마음은 괴로운 채 선택을 내리지 못한다. ‘선택을 하지 않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때로는 이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이런 선택들을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들 때 이 두 가지를 질문해 보라고 한다.
”내가 어떤 목표를 갖고 이 일을 하고 있지?”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이 결과를 얻을 수 있지는 않은지”
물론, 그만둬야 한다 아니 다를 어떤 직감으로 알 수 있고, 이 직감과 감정에 의존해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때로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좀 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더라도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일에 대해서 그만두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감정적으로 부정적으로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그동안 쏟아부은 에너지, 시간, 돈을 ‘낭비’했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목표에 부합하지 않은 일을 계속해오는 것은 ‘다른 목표를 위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를 고민해 보자.
Grit(끈기)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문제점은, 본인이 괴로운데도 , 다른 길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엔젤라 더크워스는 ‘해로운 끈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국어에서는 ‘끈기’를 부정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는 찾기 어렵다. 나 또한 ‘끈기’라는 단어 앞의 수식어가 부정적인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때로는 ‘힘들지만 조금만 더 버티자’라는 생각이 자신에게 힘들고 괴로운 선택을 계속하게 하고, 혹은 좋은 타이밍에 그만두는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 어쩌면 이것은 집요하게 계속 반복하는 ‘끈기’라기보다,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현재 상태를 바꾸고 다른 옵션을 선택했을 때의 달라질 미래가 두려웠다. 우리가 때로는 적절한 시점에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제 때 그만두지 못하면 본인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앞으로는 더 이 타이밍의 선택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유는 한편으로 불안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자유로부터 벗어나고 안정감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나는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서 선택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https://youtu.be/HL47AOpBPn0?si=WO4Uw_PggoR_otx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