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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03. 2018

바람이 분다 당산이 좋다.

난 酒路 여기를 가 - #5. 당산대路


[제철] (명사)알맞은 계절


 알맞은 계절에 먹는 제철음식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니면 못 먹어' 라며 마트에서 미나리를 사서 삼겹살 집에 가기도 하고 꽃게를 먹겠다고 서촌에서 두 시간을 줄 서 있었던 적도 있다. 계절이 바뀌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여름 내 숨겨둔 그 집착이 다시 올라온다. 나뿐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집 앞에는 전어 집이 있다. 이름도 '전어 마을'인데 전어철만 되면 사람들이 무섭게 몰려든다. 그 조용한 동네가 단지 전어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이태원을 뺨친다. 1년 장사를 한 철에 끝내버리는 그 집의 전략이 새삼 대단하다.


 어쨌든 가을이 왔으니 당산에 가보려고 한다. 내게 당산은 가을에 가기 딱 좋은 동네이다. 가을 식재료로 유명한 식당이 당산에 있는 건 아니다. 대신 딱 가을 날씨에 먹기 좋은 분위기와 음식을 가진 곳들이 많다. 선선한 날씨에 가봐야 할 당산대로 맛집 두 군데.




참새방앗간



 이 집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외국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던 날 캐리어를 끌고 6008번 공항버스를 타고 바로 온 적도 있다. 밖에다 캐리어를 쭉 세워두고 먹은 꼬막과 돼지김치찌개의 맛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여행 뒤풀이를 꼭 하곤 하는데 이 집은 여행 후의 느끼한 입맛, 고단함 그리고 부정하고 싶은 현실로의 복귀를 가뿐히 풀어주는 식당이다. 앞서 말했듯이 대표 메뉴는 꼬막과 돼지김치찌개.




 꼬막 제철은 사실 겨울이다. 그럼에도 이 집은 사계절 내내 모든 테이블에 꼬막이 산처럼 쌓여있다. 같이 갔던 지인의 아버지는 아들이 이 집에서 술을 마시고 오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항상 꼬막을 다 먹지 못하고 싸오는데 그걸 안주삼아 새벽에 같이 한잔을 한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모두에게 좋은 집이 아닐 수 없다. 돼지김치찌개 역시 고기가 그득하다. 여기는 밥도 대접에 준다. 좁은 테이블마다 음식이든 술이든 쓰러질 듯 가득 놓여있다. 넉넉함과 시끄러움으로 가득 찬 기분 좋은 식당이다.




 취기와 배부름으로 더부룩하다면, 식당 바로 옆 굴다리를 따라 걸으면 비밀스럽게 펼쳐진 한강이 나온다. 모두가 알 것이다, 시원한 바람과 적당한 취기 거기에 한강이라면 얼마나 행복한지! 그래서 이 집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가야 한다.




허브족발



 족발을 좋아한다면 당산에 허브족발이 얼마나 맛있는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장충동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원조 뚱뚱이 할머니집 족발이 최고인지 알았다. 족발의 성지에서 4년을 보냈다는 자부심에 내심 허브족발을 무시하곤 했다. 그러다 먹은 허브족발은 최고였다. 나의 좁은 시야와 편견에 (진지하게) 또 한 번 반성했다.



 3층짜리 건물과 맞은편 별관까지 저녁시간이면 가득 찬다. 이 집의 가장 로얄석은 3층 루프탑! 보통 족발은 비빔막국수와 먹곤 하는데 이 집은 비빔냉면이 있다. 시원한 가을 루프탑에서 족발과 비빔냉면이면 최고의 불금을 보낼 수 있다. 당산보다 장충동이 집에서 훨씬 가깝지만, 굳이 당산까지 가는 이유다. 택시비 13000원이 아깝지 않다.  





 제철 음식은 그때 먹어야 맛과 영양이 최고라고 한다. 어떤 음식은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더라도 딱 알맞은 계절에 먹어야 그 맛이 최고다. 가을이 유독 짧아진다. 추운 바람이 불기 전 부지런히 당산에 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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