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Mar 18. 2021

[뚜벅뚜벅, 다시 제주] 떠나오는 마음

(여행 전 날 #00)쫓기듯 여행을 떠나올 때가 있다

photo from unsplash

쫓기듯 여행을 떠나올 때가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의 설렘, 여행의 즐거움 이전에 일상에 치여 숨 가쁘게 살다 보면 어느새 티켓팅한 날짜가 코 앞으로 다가온다.

여행 준비한답시고 사둔 책은 아직 펴보지도 않았고 짐은 양말 한 짝도 안 챙겼는데.

그러면 초초한 마음이 되어 부랴부랴 여행 갈 채비를 하는 것이다.

특히 작년 7월 제주 여행은 직전에서야 휴가를 받아서 아무런 준비도, 선택의 여지도 없이 떠났다.

언젠가 한 번 지나가며 메모해둔 게스트 하우스에 마침 빈 방이 있었고, 날씨도 좋지 않았기에 며칠을 하릴없이 숙소 근방 카페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만화책을 읽고, 털레털레 걷기도 했더랬다.

물론 그럼에도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며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 그 기억에 몇 달을 꽤 힐링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주 전에 미리 휴가를 받았고 지난 몇 달간 너무나 고생을 많이 해서 알찬 휴가를 보내겠다며 꽤나 벼르고 있었다.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가장 큰 제약 사항은 면허가 없다는 점이었다.

코로나 이전에 해외여행을 다닐 때는 면허가 없다고 해서 여행에 큰 불편을 못 느꼈는데, 국내 여행을 하려고 보니 이것만큼 불편한 게 없다.

교통 체계가 다른 외국에서야 어차피 택시를 타거나 걸어 다니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그걸 감안해서 예산을 짜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특히 제주도에서 렌터카와 택시비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

뒤늦게 운전면허를 따 볼까 하지만 요즘 운전면허도 따려면 한 세월이다.

이심전심이라고 다들 나처럼 생각했는지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려고 문의해보니 지금 등록자가 워낙 많아서 예약하고 몇 주 뒤에나 교육받고 또다시 몇 주 뒤에나 시험 보고 그렇게 두 달은 잡아야 면허를 딸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내 운명은 뚜벅이인가 보다 하며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어떻게 혼자 차도 없이 돌아다니나 찾아봤다.

다행히 이것저것 참고할 글들이 꽤 있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뚜벅이 여행에 책을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마침 이 책은 EBOOK이 있어서 큰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여행 중간중간 펼쳐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지.

photo from unsplash

책 한 권에 자신감에 차서 비행기 티켓팅과 숙소 예약을 마쳤다.

3월 2일 (화) 오전 7시 35분 비행기로 떠나 3월 6일 (금) 오후 7시 35분 비행기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남은 난관은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다.

지난여름에 하루 만에 비가 오다, 해가 뜨고 무지개가 떴다가, 무진 덥더니 저녁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주 날씨를 경험했지만 언제나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제주 일기 예보를 조회할 때마다 날씨가 바뀌었는데, 처음에는 3박 4일 내내 비였다가 그다음엔 중간중간 눈이 온다고 하더니 또 몇 시간 뒤에는 흐리지만 비도 눈도 안 온단다.

이럴 땐 별수 없다.

어차피 제주도 3박 4일 짐이야 별 것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마지막에 확인한 날씨를 기준으로 옷을 챙겨야지.

계획도 비가 올 걸 감안해서 실내 여행 코스도 포함해서 짰으니 임기응변으로 그때그때 조절하면 되겠지.

그렇게 옷 빼고 주섬주섬 짐을 챙겼고 여행 계획도 세우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