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의 조각 ㅡ 5

여름이 가고

by 하사이 츠쿠루


처서가 왔다
그동안은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가끔 산책을 나갈 때면 해가 질 즈음에 산책을 가곤 했는데,
이제 가을이 오고 있으니
좋아하는 산에 산책을 자주 가야겠다

그러나, 여름이 내게 주는 즐거움은 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 수박을 많이 먹을 수 있었고,
습하고 높은 기온의 날씨에 땀이 많이 나는 것 또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기에 좋기도 했다
이번 여름에 장만한 에어컨은 나를 기쁘게 했고
울창한 나무 숲을 걷는 것이 그러했다
날이 더워 잠도 많이 왔는데, 여름이라는 이유로 허용됨이 좋았다

여름이 내게 준 어려움은 바로, 벌레였다
큰 바퀴벌레가 방에 들어갔고
그리하여, 방 대청소와 정리를 하게 되었다

읽지 않는 책, 쓰지 않는 물건과 옷가지들, 큰 유리보드와 자전거를 팔거나 처분했다

나의 공간은 더욱 아늑해지고 넓어졌으며,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이 또한 계기가 되어 고마움이었다


이번 여름 중에는 7개월간 배운 재즈피아노를 아쉬움으로 갈무리했고,
밀양이라는 고즈넉하고 전통적인 건축물이 많이 있는 도시를 혼자 여행했고,
부산의 해운대 달맞이길과 영도를 혼자 여행했다
그리고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마음도 더 새로워진다

처서에, 깊은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오래되어 가물거리고
짙은 생채기가 난 내 마음은
오랫동안 그것을 거부했으며,
그럴만한 사람 또한 없었다

그런 사람이 이 처서에 생겼다

가을은 오겠지, 어김없이
가을에 그와 함께 걸어갈 수 있다면
치열하고도 달콤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년이 다르고 새로우니
그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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