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때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취업특강을 수강하고 있을 때 담당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무더운 여름날 나는 취업에 성공했다. 중소기업의 경리로 취업을 하게 된 나는 첫 월급은 부모님을 드리고, 두 번째 월급부터 70~80%를 적금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저축 내역을 짤막하게 정리해 보겠다.
2019년 12월~2020년도 중, 후반까지의 저축 내역
1달에 백만 원 초반대로 적금하기
이렇게 2020년도를 보냈고, 2020년도 12월 31일, 20살의 나는 투자 하나 없이 열심히 에적금만으로 현금 2천만 원가량을 모았다.
알고 보니 난 19살 때부터 파이어족을 꿈꿔왔다
파이어족, 조기퇴직을 목적으로 저축을 하거나 재테크를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 이렇게 2020년도의 자산 현황을 써놓고 보니 나는 떡잎부터 "파이어족"이었다. 이유 없이 그냥 죽어라 모았던 행동들이 다 파이어족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준 것이다. 주변에서는 다들 나보고 독하다, 너 어린 게 벌써부터 돈 밝히면 안 된다고들 했다. 그럴 때마다 어, 나 지금은 돈 모을 때가 아닌가? 내가 지금 잘못했나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때의 내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만약 내가 돈을 모으지 않았고 경제관념이 없었다는 지금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없었을 테니까.
안정적으로 찍히는 월급, 괜찮은 조건의 직장, 완만한 직원들과의 관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만 쭉 회사를 다니며 월급을 모으면 30,40대에는 집을 마련할 수 있겠지? 우리 회사에는 50,60 넘으신 분들도 일을 하고 계시니까, 계속 일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연봉을 올리기 위해 죽어라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내 가치를 사회에 입증했고 이대로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회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상사분께 들었고 30살이 되기 전 파이어족으로 거듭나겠다는 내 계획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회사는 내가 없어도 굴러간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루하던 회의시간, 갑자기 상사분이 폭탄선언을 하셨다. 회사는 너네 없어도 굴러간다고. 순식간에 회의실 공기가 싸늘해졌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 것처럼 심장이 요동쳤다. 왜 갑자기 저런 말을 하시지? 상사분은 갑작스레 변한 공기에 당황하셨는지 이내 서둘러 말을 이어나가셨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 회사에서 없어질지 모른단 소리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일하자는 뜻에서 해본 소리야, 다들 이해하지?
회의가 끝나고 멍하니 회의실을 걸어 나왔다. 내가 뭘 잘못했나? 권고사직인데 돌려서 말씀하시는 건가? 나는 회사가 없으면 살 수 없는데, 회사가 없으면 당장 생활비랑 적금은 어떻게 하고 돈은 어떻게 모으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서럽기까지 했다. 퇴근 후에도 계속 생각을 했다. 그래도 금요일이니까, 일단 자자 하며 잠을 청했다. 물론 잠은 오지 않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되지 않나? 꼭 회사를 다녀야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처음에는 이 생각을 외면했다.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회사는 내가 없어도 굴러간다는 말이 매일매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1달 뒤 4월, 퇴사하기로 마음을 굳혔고 회사 없이 살 수 있는 플랜을 구성했다. 그리고 6월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정리했다.
회사가 없어도 살 수 있게끔, 스스로(Self) 일을 해(Work) 돈을 버는 사람이 되자.
점점 시간이 갈수록 정년퇴직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럼 이제 근로소득자들은 근로소득으로 재산을 형성할 수 있는 시기가 더 짧아진다는 뜻이다. 그럼 이제 뭘로 돈을 벌어야 할까? 얼마 남지 않은 일자리를 가지고 무한 경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다른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이 논리가 바로 요즘 대두되고 있는 "N잡", "재테크", 그리고 어마 무시한 주식투자 광풍에 적용된다. 사람들도 알고 있다. 이제는 직장만으로는 미래를 그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깨달았다. 이제는 직장에 이력서를 넣을 것이 아니라 무대를 넓혀 이 세상에 나를 알려 내가 가진 능력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 자체가 회사고 브랜드가 되는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를 브랜딩 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걸 모두에게 알리려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브런치를 시작했고, 1화의 조회수는 이런 내 의지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하루가 조금 지난 지금, 4천 회를 기록했다.
이제 스스로의 불씨를 키워나갈 때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적었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월급이 주는 "안정적인 월급"이라는 부분이 너무 달콤한 유혹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회사가 주는 안정적인 수입을 포기했고, 현재 내 소득은 0원이다. 주변에서 많이들 비웃었다. 너 얼마 못가 다시 취업한다고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개의치 않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하려고 한다.
내가 가진 불씨는 아직 너무나도 작다. 장작의 개수도 그리 많지 않다. 아직 너무 약하고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이지만, 이젠 내가 가진 전력을 다해 불꽃을 키워 나가려고 한다. 나는 회사에만 갇혀있기엔 너무 열정적이고 뜨거운 사람이니까 말이다. 이제 세상을 향해 나왔으니 내 의지로 세상을 태울 차례다.
언젠가 이 글이 추억이 되길 바라면서, 나는 오늘도 내 의지를 불태운다. 아자아자, 할 수 있다!